일감몰아주기 제재 강화 등 경제민주화 정책 속도…국회 입법 과정은 순탄치 않을 듯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상유례 없는 강도 높은 재벌개혁 예고에 재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그만큼 재벌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김위원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경쟁 확립을 위한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김 위원장을 필두로 한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김 위원장은 공정한 시장경쟁 확립을 위해 “일말의 주저함과 한 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며 재벌개혁에 대한 일관된 정책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재벌 개혁에 대해 4대 그룹, 10대 그룹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다음 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미 구체적인 방안이 김 위원장의 머릿속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업계는 그간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밝혔던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새 정부는 줄곧 골목상권 보호 문제와 일감몰아주기 제재 강화, 전속고발권 폐지, 공정위 내 기업집단국 신설 등으로 그간 곪아온 대기업 불공정 행위를 빠른 시일 내에 걷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그간 갖고 있는 재벌개혁에 대한 생각들이 그대로 정책으로 입안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국회 입법과정에서 최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응방안 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과정에서 야권이 끝까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은 만큼 향후 국회에서 추진될 개혁입법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를 이루고 현 국면이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 작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여야 정국의 문제는 제 위에서 결정되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을의 자세’로 의견을 경청하며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중간지주회사 도입이나 자사주 의결권 부활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각각의 법률 개정사안에 대해 이미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있기 때문에 공정위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를 해야한다”면서 “단일 안보다는 복수의 안을 준비하면서 공정위 의견을 첨부해서 여야 의견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취임으로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한 층 탄력을 받을 것을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 재벌의 갑질횡포에 대해선 규제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고 불공정행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 또한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다. 모두 공정위 소관이다.
정부 관계자는 “재벌개혁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는 일도 모두 공정위 소관이다. 임기 초반 어느 부처보다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