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 지주사 전화 의지 강해"…비은행 계열사 확충 필요

하반기 우리은행의 완전 민영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행보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이광구 우리은행장. / 사진=뉴스1

정부가 우리은행 잔여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우리은행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우리은행은 캐피탈사인 아주캐피탈에 지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소멸시효완성 채권 소각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건 공약에도 발맞추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일반적인 투자나 경영 행위라는 표면적 이유와는 달리 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해묵은 숙제였던 완전 민영화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은행 주가가 실적에 힘입어 고공행진하면서 정부의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공적자금위원회는 이달 중 회의를 열어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금융업계에선 예금보험공사가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은행 잔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을 높게 관측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완전 민영화를 이루게 되면 지주사 전환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당초 우리은행은 하반기 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었고 완전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 탓에 지주사 전환을 내년으로 미룬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금융지주사를 끼고 있는 다른 시중은행과 경쟁하려면 지주사 전환은 필수적이라 보고 있다. 최근 금융사들은 계열사간 시너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내년 상반기 제대로된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비은행 계열사 확충이 필요하다. 우리금융그룹은 박근혜 정권 당시 생명보험사인 우리아비바생명,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 등 비은행 금융 자회사를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생명보험사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 다양한 비은행 금융 계열사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대기업의 손쉬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지주사 부채비율과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절차적으로도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정부의 입김이 닿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은행의 최근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요인과 맞물려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키움증권 등과 함께 아주캐피탈 지분 인수를 위한 펀드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키움증권 모두 단순한 투자라 못박고 있지만 업계에선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에 앞서 비금융 계열사 편입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우리은행은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추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우리은행은 사회 취약계층을 포함한 1만8835명이 보유한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전량 소각했다고 밝혔다. 소멸시효 완성 채권은 채권자가 돈 받을 권리를 소멸시효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아 채무자의 갚을 의무가 사라진 것을 말한다. 이 채권이 소각되면 채무자들의 금융기관 이용이 더 쉬워져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서민금융지원 정책을 강조해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이 나서서 지주사 전환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며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정치적인 부분, 사업 전략적인 부분을 다같이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이 경쟁 금융사인 점도 감안해야 해 지주사 전환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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