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인수보다 컨소시엄 인수 유력…삼성전자 독주 가속될듯
도시바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되든지 간에 결국은 낸드플래시 2위 싸움이 격화될 전망이다. 누가 인수하건 독자인수보다 컨소시엄 방식 인수가 유력한 탓이다. 현재 도시바의 시장 점유율은 16% 안팎이다. 당초 반도체 업계에서는 도시바메모리가 18% 안팎 점유율의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나 11%인 한국 SK하이닉스로 넘어갈 경우 1위 삼성전자와 글로벌 양강구도가 형성되리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수전 양상이 ‘연합군’에 모아지면서 이 전망은 힘이 빠진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낸드시장 독주체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도 2분기부터 인텔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혼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도시바 측은 오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인수후보자를 결정할 전망이다.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설만 무성해서다. 경우에 따라 15일 인수후보자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변수가 차고 넘친다. 다만 누가 인수하건 낸드플레시 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 지분 전체가 한 기업에 넘어가는 방안보다 컨소시엄 매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당초 도시바 매각이 관심을 모은 까닭은 글로벌 시장 구도 때문이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플레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은 16.5%다. 시장 3위 규모다. 직전 분기까지는 2위였다. 현재 부동의 1위는 35.4%의 삼성전자다. 2위는 이번 도시바 인수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된 웨스턴디지털(17.9%)이다. 마이크론이 11.9%, SK하이닉스가 1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글로벌 업계 안팎에서는 도시바메모리가 웨스턴디지털과 SK하이닉스 중 한 곳으로 넘어가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렇게 되면 당장 점유율 합계 상으로는 삼성전자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9일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이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주도의 미·일 컨소시엄(미일 연합)에 합류했다. 12일에는 웨스턴디지털이 미일연합에 참여해 입찰가를 높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일연합은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존재 때문에 가장 주목받는 유력 인수주체다. 다만 입찰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약점이 있다. SK하이닉스와 웨스턴디지털이 참여해 액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계속 흘러나오는 이유다.
또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메모리 주식 과반수를 취득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도시바메모리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나왔다. 웨스턴 디지털로의 기술유추를 우려하는 일본정부에 안심을 주려는 제스처라는 NHK 해석도 제기됐다.
시장점유율 2위인 웨스턴디지털이 간발의 차로 3위인 도시바메모리를 손에 넣으면 미국‧유럽의 반독점금지조항 저촉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어찌됐든 웨스턴디지털이나 SK하이닉스 모두 독자적으로 주식 과반수를 취득하는 방식의 M&A(인수합병)와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는 얘기다.
여전히 미국 브로드컴이 가장 앞서간다는 시각도 많다. 브로드컴은 낸드플레시 사업 부문이다. 브로드컴이 도시바메모리를 차지하면 당장 낸드 시장 내 지각변동은 없게 된다. 인수 유력 대상은 아니지만 최고 입찰액 낸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도 “지분 일부를 도시바에 남길 수 있다”, “웨스턴디지털과 제휴할 수 있다” 등 대안의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결국 4파전 대상 중 누구로 넘어가더라도 삼성전자의 1위 아성을 위협하기는 어렵게 됐다. 되레 누가 안정적 2위가 될지 여부가 주목받게 됐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는 낸드 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도 전성시대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수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텔은 1991년 이후 26년 간 반도체 세계 1위를 지켜온 업체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반도체가 각광받으면서 D램과 낸드플레시 공히 1위인 삼성전자가 대형호재를 얻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데이터센터 증가와 반도체 기반 저장매체(SSD) 수요 확대로 메모리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올해 2분기부터는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에 오를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도 강화하고 있어 인텔을 넘어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