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스스로도 목소리 내야…규제 일변도 지양, 현장밀착 정책 추진 시급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 / 사진=강유진 기자
국내 게임산업은 정부의 큰 도움없이 스스로 성장한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다. 특히 한국 콘텐츠산업 수출에서의 비중은 50%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규제일변도 정책하에서 침체기를 겪었다. 종사자 수도 크게 감소했다. 전체 매출 등 외형적인 규모는 커졌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사실상 허리 역할을 담당하던 중견업체들은 몰락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게임정책 전문가인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게임업계 업체수와 근로자수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 정부의 게임산업 정책 문제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았다고 본다. 현장과 정책이 겉돌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지난 정부가 게임산업 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방향이 잘못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때 게임정책을 담당하던 게임산업진흥원이 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된 것이 그 대표적 예다. 그 이후 업계 의견이 정책에 더욱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에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업계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졌다. 정부가 사다리 역할을 해야 했으나 이를 충실히 하지 못했다. 결국 일부 대형 업체들은 매출이 증가하는 등 외형적 성장에 성공했지만 스타트업들은 어려움을 겪는 부조화가 발생했다. 규제일변도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셧다운제’를 포함해 ‘웹보드 결제 한도 규제’ 등 규제 중심의 정책이 펼쳐졌다. 특히 일부 규제의 경우 실제 게임업계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게임업계 스스로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당시에도 게임협회가 있었지만 정책적인 입장을 대변하는데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규제를 외치는 반대쪽에선 확실한 목소리로 게임업계를 압박했다. 그 결과 규제일변도 정책이 시행됐다.

게임업계는 현재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많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오히려 관심을 거둬줬으면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업계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할 부분은 무엇인가.

일단 게임업계부터 노력해야 한다. 주변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우리는 게임만 재미있게 만들면 그만이지’라는 인식을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점부터 고쳐야 한다. 어느 산업이든 그 규모가 커지면 사회적 관심도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게임산업의 경우, 부모세대에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부 청소년들은 게임 과몰입에 빠지기도 한다. 업계 스스로가 게임문화의 긍정적인 측면을 알리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역시 바뀌어야 한다. 현재 게임관련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게임정책 실무자가 1~2년에 한번씩 바뀐다. 문제는 해당 실무자가 게임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무원으로써 다른 보직에서 근무하다가 순환보직으로 게임정책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 게임산업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해 최소 3년간의 임기를 보장해주고 연임까지도 가능토록 해야한다.

특히 게임 전문가가 정부내에 들어가서 게임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현재 비전문가들로 꾸려져 있다.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통합 진흥원 체제를 개별산업 진흥원 체제로 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규제정책과 진흥정책이 현장과 겉돌지 않도록, 게임의사결정 과정에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

최근 문체부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업계 전문가들이 많다. 문체부말고 산업통상자원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게임 정책을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정부분 동의한다. 게임을 어느정도 산업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다만 게임업계 스스로도 문화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기에 문체부에서 맡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만약 산업부로 이관될 경우 오히려 산업 규모가 작아서 정책적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홀대 받을 가능서도 높다. 미래부 역시 진흥만큼 규제도 많이 하는 기관이라 게임산업이 규제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다른 부처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콘텐츠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재청과 같이 콘텐츠지원청을 만들어야 한다. 콘텐츠산업을 담당하는 부서를 하나 두고 그 밑에 개별진흥원을 두는 방안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지원청은 철저히 지원 정책 위주로 가야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게임산업 정책이 어떤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구체적인 안들이 없어 아직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더이상 규제를 추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기존 규제를 무조건 완화는 것도 반대한다. 해당 규제를 도입했을 당시에는 분명 관련된 사회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그 사회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결국 게임업계 스스로가 규제 완화를 위한 선행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게임업계가 사회친화적인 게임행사들로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거 전병헌 의원 비서관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관련 정책활동은 무엇인가.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오픈마켓에서 지난 2010년 3월 게임 카테고리가 닫힌적이 있다. 당시 국내에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아야만 했다. 구글과 애플측은 각 개별국가 법제도 심의를 받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게임 카테고리가 닫히게 됐고, 국내 유저들은 오픈마켓에서 게임을 받기 위해 다른 국적 코드로 변환해 게임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 원치 않는 모바일 망명이 발생하게 된 셈이다. 이후 의원실에서 모바일게임 사전심의를 면제해주는 법안을 발의, 2011년 4월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에도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반발했고, 결국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후 이를 수용했다. 이후 2011년 7월부터 게임 카테고리가 다시 문을 열게 됐다. 당시에도 게임업계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국회에서 게임에 대한 관심이 타산업군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가장 큰 원인은 국회의원에게 의견을 주는 유권자 대부분이 게임에 큰 관심이 없는 기성세대라는 점이다. 나이가 많은 유권자 대부분은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게임 진흥보다는 규제쪽으로 법안 발의를 많이 하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게임산업 전반 자체에 관심이 부족하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들은 게임산업 목소리를 대변하면 자신의 표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결국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역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반면 게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강력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게임업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수 밖에 없다. 1세대 게임업계 창업자들. 일명 ‘은둔의 경영자’라 불리는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게임협회만 봐도 다른 산업협회에 비해 운영비가 상당히 부족하다. 협회가 대형업체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문제다. 각 대형업체들마다 민감한 사안이 다르기 때문에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게임협회가 의사결정과정에서 독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1세대 게임산업 경영자들이 직접 협회장을 맡아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게임업계에서 일명 ‘크런치모드’라 불리는 과도한 업무 방식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무엇이 있나.

고용노동부가 게임업계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자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크런치모드가 어쩔수 없는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열악한 노동환경이 중견기업, 대기업 상관없이 모두 발생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별관리감독과 함께 업체들도 스스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밤을 새가며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특히 최신 트렌드에 맞춰 비슷비슷한 게임을 빠르게 개발하는 문화가 문제점이라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업계의 야근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긴 어렵다. 결국 게임 개발 목표나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 자유로운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개발되도록 장려해야 한다. 성공한 게임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게임이 나오게 된 배경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산 게임이 한국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데 반해 국내 게임업체들은 판호 문제등으로 중국내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노력할 부분은 무엇인가.

사실 한중FTA 협정에서 관련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어야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원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비해 콘텐츠산업에 민감하다. 특히 최근 사드배치 문제등으로 국내 게임업체의 중국진출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가 외교부 등에 강력히 해당 문제 해결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국 역시 한국 콘텐츠 수입과 관련해 현재의 높은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결국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고 본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야 해결책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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