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에 누수…한국GM “무상수리 단계 아냐”

한국GM이 중형 세단 말리부에서 나타난 뒷좌석 누수 현상에 대해 개선품을 적용하고 나섰음에도 트렁크 쪽으로 물이 차는 동일 결함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은 지난달 출고 차량부터 누수 현상을 일으키는 볼트 풀림 시정에 나선 만큼 추가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출고 시기에 관계없이 누수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한국GM은 차량 뒷유리 부근 보조제동등과 천장을 잇는 뒤쪽 차대 이음새 암나사가 주행진동에 따라 풀리면서 물이 새는 것으로 보고 암나사 안쪽에 고무를 덧씌운 개선품을 적용했다. 누수 현상 결함 신고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사전 조처다. 다만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를 중심으로 개선품 적용 이후에도 누수 현상이 나타난다는 결함 신고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GM이 내놓은 중형 세단 말리부에서 나타난 누수 결함이 개선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12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최초 접수된 누수 결함 신고는 22일 만에 21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접수된 29건의 결함 신고의 72.4%에 달한다. 특히 최근 들어 교체 이후에도 동일 현상이 지속된다는 신고가 늘고 있다. 한국GM 측이 일부 초기 생산분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문제라고 대응하고 나선 것과 대조된다.

서울시 동작구에 거주하는 전아무개씨(36)는 지난 5월에 차량을 인수한 이후 500㎞를 달린 시점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전씨는 “주행 상 발생하는 변수로 인해 틈이 벌어지고 물이 새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500㎞가량 만에 틈이 벌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한국GM이 무상 수리 혹은 자발적 리콜을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개선품 적용 이후 새로 출시된 차량뿐만 아니라 정비사업소에서 결함 수리를 받은 차량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40)씨는 “지난달 말 한국GM 직영사업소에 물이 새는 결함으로 입고하고 10일이 지나서야 차량을 받았지만, 세차 이후 물이 새는 현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GM은 지난달 출고한 생산 차량 전부에 고무를 덧씌운 암나사 개선품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상 수리 이전 누수 흔적이 보일 경우에만 무상 수리를 진행하고 있어 소비자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GM은 누수에 따른 차량 내부 얼룩 및 시트교체에 대해선 개별 사안이라 규정짓고 무상 교체 불가 방침을 정했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GM이 개선품 장착에 나섰다는 말은 결함을 인지했다는 뜻인데 누수가 발생한 차량에 한해 교체를 진행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지금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해당 결함은 주행거리가 늘고 주행진동 여파가 누적되면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수는 주행 안전에도 치명적”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말리부 누수 결함 신고가 늘고 있음에도 국토교통부가 나서서 제작결함조사를 시행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리콜 결정을 위한 제작결함조사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때만 가능한 데 아직까진 위험 요소가 접수되지 않아 선제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국내서 리콜을 진행하기 위해선 브레이크, 조향장치, 에어백 등에서 안전운행에 지장을 초래할 제작결함 가능성이 보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누수 현상이 이 같은 결함으로 이어질 연관성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는다”면서 “천장 이음새를 타고 들어온 물기는 에어백 배선으로 스며 오작동 가능성을 키우는 중대결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GM에서 생산·판매한 차량에서 나타난 누수 결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과 2013년에는 각각 준중형 세단 크루즈와 경차 스파크에서 누수 현상이 발견됐다. 2011년 당시 한국GM은 크루즈 누수 결함에 대해 전면 무상 수리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한국GM 관계자는 “말리부 차량 뒤쪽 차대 이음새 부분에서 물이 새는 현상은 이미 파악했고, 개선 조치를 진행했다”면서 “아직은 전체 무상 수리에 나설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향후 문제가 지속될 경우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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