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사용조건, 기존안대로 재요구키로…장외 싸움서 상표권 협상으로 국면 전환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상표권 사용 요율 인상’이라는 역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채권단이 기존에 제시한 원안 그대로 수용할 것을 박 회장 측에 거듭 요구하기로 했다. 이로써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은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 상표권 사용 요율 조정 등 협상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12일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은행은 이날 주주협의회를 열고 박 회장이 제안한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의 입장을 공유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더블스타는 앞서 ‘금호타이어가 이자도 못 낼 만큼 경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상표권 사용료를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채권단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종결 선결 요건으로 ▲상표권의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자유로운 해지 ▲사용 요율을 매출액의 0.2%로 할 것 등을 박 회장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9일 박 회장 측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 대비 0.5% 사용 요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 조건을 담아 더블스타와 채권단에 역제안을 했다. 하지만 이날 채권단은 이 역제안 내용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기존 요구안(5+15년, 사용 요율 0.2%)을 박 회장 측에 재차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공방은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 상표권 사용 요율 조정 등 협상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복수 매체에 따르면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은행은 국가 경제적 측면과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매각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데 공감했다”며 “금호그룹과 협상을 통해 상표권 사용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박 회장은 애초 더블스타가 제시한 기존 요구의 2.5배나 되는 사용 요율을 요구하는 등 더블스타 측이 수용하기 힘든 제안을 한 상태다. 앞서 금호산업 측은 “금호타이어 해외법인의 경우 매출액의 1%를 상표권 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면서 “주요 경쟁사도 국내 계열사 0.4%, 해외 자회사 1%의 상표권 요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상표권 요율 재산정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