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중심 개편 가능성 희박…재계 “대관 제외한 새 컨트롤타워 구축 무게”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삼성이 어떤 식으로 그룹의 컨트롤 타워를 재구축할 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계열사별 완전독립경영이나 삼성물산 역할 강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결국엔 통합 조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올 2월 말 삼성전자는 그동안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오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룹 사장단 회의도 폐지됐고 미래전략실에서 대관업무를 하던 조직도 사라지게 됐다. 미래전략실에 몸담았던 직원들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관련 사안에 투입되거나 각 계열사로 자리를 옮겨 근무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 후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자율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대로, 삼성물산은 삼성물산대로 개별회사로서 작동되도록 하고, 그룹 통합 조직은 운영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계획대로라면 이제 각각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이라는 이름만 사용할 뿐, 각자 회사로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어찌 보면 대담한 이같은 계획을 내놓은 것은 이 때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적극 이뤄지고 있었던 탓이다. LG나 SK의 경우처럼 지주회사가 그룹 전체를 통합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굳이 미래전략실이란 조직이 더 이상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결국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이 향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삼성이 미래전략실 해체 후 특정 계열사 중심 체제 등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지만,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 가능성이 없어지면서 일각에서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새로운 컨트롤 타워를 맡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한 그룹사 컨트롤타워 조직에 몸담고 있는 한 재계인사는 “그룹 컨트롤 타워의 핵심 역할은 자원과 임무를 배분하는 것인데, 이해관계가 복잡해 각 계열사에 사소한 요구를 하는 것도 매우 민감하다”며 “한 계열사에 불과한 삼성물산이 다른 계열사들의 컨트롤 역할을 하게 되면 사장단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통합조직 없는 삼성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나 그룹사들은 대부분 특정 사업을 하거나 수익을 내지 않는다. 대신 그룹의 통합관리를 주 업무로 한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 자체가 주 업무인 셈이어서 각 계열사들도 자연스럽게 비전을 공유하고 결정에 따른다. 반면 특정영역 사업을 하는 계열사가 주관사 역할을 맡으면 이해관계 상충이 불가피하다. 인사조직 전문가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별도 통합조직이 아닌 특정 계열사가 자원 배분 역할을 맡게 되면 이해관계 상충과 더불어 이사회 배임 논란까지 일어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특정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들에게 얼마씩 기부를 하자고 제안해서 이를 따르게 될 경우 이사회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 그룹 지주회사 관계자 역시 “지주회사는 그룹 통합 업무 자체가 공식적인 경영활동이라 문제될 것이 없지만, 특정 계열사가 자사가 아닌 다른 업무에 시간과 인력을 쓰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그룹사들은 각각 독립된 경영을 펴고 있지만 이미 지분과 사업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각각 서로가 사업 파트너이자 주주인 상황에서 계열사별로 100% 독립경영을 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 때문에 결국 별도의 통합조직을 만들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문제가 된 것은 통합 컨트롤타워 역할이 아니라 대관업무 때문”이라며 “대관 역할을 뺀 새로운 통합조직을 만들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