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인건비 부담에 부족 인력 비정규직으로 땜질…저임금속 과로 조장

지난 8일 경기도 가평우체국에서 집배노동자가 과로사한 이후 집배노동자 격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곳 가평에서만 세 명이 숨졌다. 이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이하 집배노조)은 정규직 신규인력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숨진 용 아무개씨는 전날 늦은 시간까지 비를 맞으며 일했고, 다음날에도 오전 6시쯤 출근해 출장준비를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다. 집배노조는 인력부족과 하루 평균 11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집배노조는 “가평우체국은 이동거리가 매우 길어 집배원들의 과로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그에 비하여 인원충원은 근 10년간 거의 되지 않았다”며 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배원들의 업무환경은 과로를 부추기고 있다. 집배원들은 하루 2000건의 우편물과 택배를 처리한다. 시골에서는 100㎞ 넘게 오토바이로 달린다. 배달 일을 마치면 우체국으로 돌아가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밤늦게까지 분류하기도 한다. 특히 토요택배로 인해 집배원들의 업무 과중은 더욱 심각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의 집배원 사망사고 9건 중 7건은 과로로 인해 사망이었다. 노동자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평균(2267시간)보다 600시간 이상 많은 2888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율은 평균(0.5%)의 두 배 이상인 1.03%였다. 집배노조가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집배원들은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정규직, 특수고용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 비정규직 등으로 나뉘어진다. 비정규직 집배원들도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지만 임금과 처우 면에서 정규직보다 열악하다. 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정규직 전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원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향해 집배원 수를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집배원 과로사가 잇따르는 것과 관련해

집배노조 관계자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배원 과로사의 근본 원인은 인원 부족이다.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이 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우정사업본부도 집배원들이 바쁜 걸 알다보니 증원은 해야겠는데 인건비 때문에 공무원 정원에 해당되지 않는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 정규직은 호봉대로 연봉이 인상되지만 비정규직은 매년 기본급을 받을 뿐이고, 초과근무수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집배원을 1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우정사업본부의 의지라기 보다는 정부에서 내리꽂는 방법”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놓고 보면 우정사업본부 입장이 바뀌는게 시급한 일이다. 하루 빨리 우정사업본부가 새정부의 기조를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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