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산업대출 통계 발표…대출증가분 9933억원, 제2금융권에 집중

8일 정오 대구 중구 한 닭요리 전문점에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조류독감(AI)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져 텅 비어 있다. / 사진=뉴스1

장사는 안 되는데 빚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대출은 늘고 성장률은 뒷걸음질 친 대표적 자영업종 음식‧숙박업 얘기다. 대출의 질도 나빠졌다. 제2금융권 대출 증가량이 압도적이어서다.

10일 한국은행 산업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음식·숙박업의 대출 잔액은 46조79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3개월 간 9933억원(2.2%)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대출 잔액 증가율(1.6%)을 넘어서는 수치다.

산업대출은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기업과 병원을 포함 공공기관 등이 은행,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의미한다. 앞서 한은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관련통계에 따르면 1분기 산업대출 잔액은 1001조 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 시대’를 넘었다.

다만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에 관한 대출은 투자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특히 수출량 증가와 직접적으로 맞물린 제조업 대출 증가세가 도드라졌었다. 이에 반해 음식‧숙박업에 관한 대출은 사실상 장사가 안 돼 빚을 늘리는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해석이다. 음식‧숙박업은 대표적인 자영업종으로 꼽힌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지기 힘들다는 데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소매판매 증가율이 2%대(2.8%)를 회복했으나 지난해 4%대 수준에는 못미쳤다”며 “민간소비와 관련이 높은 도소매업이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음식·숙박업도 부진에 빠지면서 3.6%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실제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음식·숙박업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보다 1.6% 줄었다. 역시 1.4%가 줄었던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 추세가 다음 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대출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음식·숙박업 대출금 중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의 대출 잔액이 3월 말 기준으로 12조48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서는 6358억원(5.6%)이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은행권 대출잔액 증가율(3574억원)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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