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올해만 3건 수주…포스코에너지, 개점휴업
연료전지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에서 추출한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친환경 발전 방식이다. 전기를 생산한 후 발생하는 물질이 물 뿐이기 때문에 공해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 특히 중간에 발전기와 같은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와 산소의 반응에 의해 전기를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발전 효율이 매우 높다. 발전 장치 규모가 크지 않아 소규모로 여러 곳에 설치해 송전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연료전지는 차세대 친환경 발전 방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이 연료전지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두 업체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두산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포스코에너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한 상황이다.
LNG를 이용한 민간 발전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2007년 연료전지사업에 뛰어들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014년 취임하면서 미래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연료전지를 꼽기도 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연료전지 개발에 쏟아부은 투자금만 5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대적인 투자에도 불구, 실적은 부진했다.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부문은 2014년 5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2015년에는 손실액이 922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9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3년간 누적 손실 규모만 23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사업이 부진한 것은 기술력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에너지는 미국퓨어셀에너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에 성공했지만, 연료전지발전기의 주요 부품인 스택(Stack)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해당 제품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대규모의 부품 교체 비용이 발생했다. 여기에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연료전지사업부를 대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연료전지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기석 포스코에너지 그룹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포스코에너지는 연료전지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그룹장은 “연료전지사업이 참 힘들었다”며 “사업을 더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기술, 산업적인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설계를 개선하고 부품을 줄이는 작업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발전단가 250원 중 150원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비중을 줄이는 게 필요해 관련 개선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가 언제쯤 다시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할진 미지수다. 2015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연료전지공급과 관련된 수주를 한 건도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계획 중인 사업에 대해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두산은 기세가 올랐다. 두산은 2014년 연료전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국내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와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업체인 미국 클리어에너지파워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에너지를 꺾고 서울 ‘마곡지구 연료전지 발전사업’도 따냈다. 마곡지구 사업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최대 연료전지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가 1200억원에 달한다. 두산은 같은해 발족한 연료전지발전산업협의회의 초대 회장사에도 올랐다.
두산은 지난해 연료전지 부문 매출액 1871억원, 영업손실 1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진출 첫 해인 2014년 16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후 2015년 55억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까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연료전지 부문 누적 수주량 1조원을 기록할 정도로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두산은 올해 누적 수주 1조1000억원을 목표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두산은 올 들어서도 연료전지사업 3건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지난 5월 전북 익산에 국내 최대 규모 연료전지 생산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두산은 익산공장 준공으로 연간 440KW용 144대, 총 63MW 규모의 국내 최대 연료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에너지는 그동안 국내 연료전지 시장 점유율 88%를 선점해 놓은 상태”라며 “그러나 지금처럼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황이라면 두산이 점유율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