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자본심화도 이미 선진국 수준…"고령화속 침체 겪은 90년대 일본 전철 밝을 수도"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9일 한국경제에 대해 "연간 3% 수준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다소 버거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시 중구 한은에서 열린 한은 금요강좌 700회 기념특강에서 최근 한국 경제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확산됐지만, 저성장 기조 탈피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위원은 "세계 경제가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도 진정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안,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또한 "한국 경제는 저출산에 따라 노동투입이 제약되고 자본 심화 정도도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며 "앞으로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초반의 3% 내외 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에 대해선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소비성향 둔화, 고령층에 집중된 가계부채 등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성장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 경제가 1990년대부터 고령화 등으로 경제 침체를 겪었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위원은 "인구구조 변화, 명목성장률 추이 등에서 우리나라는 20년 정도의 격차를 두고 일본과 유사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생산성 제고와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경제를 보면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인적자본의 배분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고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연 등 제조업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가 대내외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 부실기업 구조조정, 기업의 각종 진입장벽 완화 등에 노력하고 가계부채에 대한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