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경우 IoT시대 주도권 상실 우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9215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역대 2번째로 좋은 실적을 냈습니다. 지난해 말 조성진 부회장이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은 후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 주효했습니다. 가전부문이 특히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숨은 공신은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MC사업부였습니다. 수 천 억원씩 적자를 보다가 이번엔 2억원으로 손실을 대폭 줄였죠. 어느덧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한 자릿수 적자를 보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 돼버렸습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8분기 째 적자 행진을 기록 중입니다. 쉽게 말해 2년 동안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까먹었다는 얘깁니다. 그것도 1조원을 훌쩍 넘는 금액입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탓에 초기 투자비용 때문이라고 돌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지는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뭔가 해당 사업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LG전자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큰 이유를 하나 꼽자면 사물인터넷(IoT) 때문입니다. 복잡한 사물인터넷의 정의를 간단히 설명하면 사용자와 전자기기가 소통하게 해주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집에 도착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에어컨을 틀어 놓는다던지, 주부가 장을 보다가 마트에서 스마트폰으로 냉장고 안을 확인한 후 필요한 식재료를 살 수 있게 해주는 식이죠.
방금 설명 드린 예시에서 공통으로 들어가는 단어가 바로 스마트폰이죠. 그렇습니다. 사물인터넷시대의 스마트폰은 사용자와 전자기기를 이어주는 매개체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24시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통신기능을 갖고 있는 유일한 기기죠. 간단히 말해 스마트폰은 ‘사물인터넷 리모컨’입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향후 사물인터넷 가전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경쟁사 스마트폰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기를 쓰고 반도체 사업을 키우려 하는 근본적 이유도 삼성전자 등 해외 기업들에게 자국 IT의 심장을 맡겨야 하는 처지에 처하지 않기 위한 겁니다. 경쟁사에 의존한 채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불안한 경영입니다. LG전자로서도 그런 위험한 모험에는 결코 나서지 않을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돈을 못 벌어도 훌륭한 기술력을 가진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못하는 거죠.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실적이 항상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한때 초콜릿폰으로 휴대폰 시장 1위를 달리던 호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사업에 삼성전자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들어 삼성‧애플 2강 체제를 좀처럼 깨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고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가 다시 스마트폰 사업이 살아날 원년이 되지 않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