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수익에 편중된 사업구조 탈피 노려…"소비자 특성에 맞는 펀드 상품 다양화 필요"
은행업계가 이자 수익에 지나치게 편중된 사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수수료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상품 출시를 늘리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성과에 따라 보수 수수료를 부과하는 공모형 성과보수 펀드와 신탁 상품 등을 내놓으며 고객 성과와 수수료 이익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성과 보수를 부과하는 기준이 낮아 잦은 환매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과 상품이 다양하지 못한 점은 보완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업계가 새로운 수수료 부과 체계를 적용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초 KB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미래에셋 배당과 인컴30 성과보수 펀드’와 ‘트러스톤 정정당당 성과보수 펀드’, ‘KB글로벌 분산투자 성과보수 펀드’를 내놨다. 신한은행 역시 ‘신한BNPP 공모주&밴드트레이딩50 성과보수 증권자투자신탁’과 ‘삼성 글로벌ETF로테이션 증권투자신탁’ 등 2종을 출시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5일 ‘신한BNPP공모주&밴드트레이딩50 성과보수증권자 투자신탁’을 출시했다.
이 펀드들은 과거 일률적으로 운용보수를 부과했던 상품들과는 달리 성과에 따라 펀드 운용보수를 지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펀드 수익률이 운용사가 제시한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낮은 운용보수 수수료율이 적용되나 목표 수익률을 초과할 때는 펀드 운용사가 더 많은 성과보수를 가져가는 구조다. 사모펀드에만 해당하던 운용보수 체계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공모펀드에도 적용되면서 은행도 이달부터 상품 출시가 가능하게 됐다.
예컨데 인터넷 상품인 ‘KB글로벌 분산투자 성과보수 펀드 A-E’를 보면 판매 수수료와 운용 보수, 기타 수수료를 합한 총 신탁보수는 연 0.430%다. 이 중 운용보수는 0.15%로 펀드 평균 수준인 0.4~0.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수익률 3%를 초과하게 되면 초과 수익의 15%를 징수한다. 펀드 운용사 입장에선 수익률을 높이려는 동기가 되고 그만큼 상품 구매자는 기대 수익률이 높아진다.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은 수수료 수익 증대를 꾀할 수 있다. ‘KB글로벌 분산투자 성과보수 펀드 A-E’의 경우 은행이 선취판매수수료로 납입 금액의 0.5%이내를 선취한다. 성과와 연동된 보수 수수료를 원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펀드 접근성이 높아지게 되면 이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도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은행들은 신탁상품에서도 성과와 연동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전략을 써왔다. 신한은행은 지난 4월부터 ‘동고동락특정금전신탁’을 판매했다. 이 신탁상품은 2년 내 투자자가 선택한 목표수익률(4% 또는 6%)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익보수 0.3%를 받지 않는다. KB국민은행도 지난 2월부터 ‘KB착한신탁’ 시리즈를 내놨고 우리은행도 고객성과 연동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 소비자들은 수익률이 좋지 않음에도 금융사가 수수료는 꼬박 받아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며 “이에 따라 성과에 따라 운용 보수를 책정하거나 수수료를 부과하게 되면 펀드 수요가 기존보다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성과 보수를 부과하는 기준이 보통 투자자문사와 랩어카운트보다 낮다. 수익률이 얼마 되지도 않은데 성과 보수를 떼어가면 오히려 더 반감이 들어 환매가 잦아질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기준 수익률을 높이고 초과 수익 징수 비중을 늘린다든지, 초과 수익 징수 비중을 낮추되 수익률에 상관없이 이익을 공유한다든지와 같은 소비자 특성에 맞는 상품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