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부담에 알바생 고용 축소 우려…현장 모르는 정책 지적
“최저임금 오르면 알바생 대신 부모님을 모셔와야 할 판이에요.”
새 정부가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유통업계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이들은 소상공인과 편의점 점주다. 이에 편의점 점주 3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이들은 “최저 임금의 점진적 인상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면서도 “기존 시행되고 있는 최저임금 제도를 지키지 않고 있는 점포들을 손보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 최저임금은 6470원. 지난해(6030원)에서 7.3% 인상된 결과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점진 인상’을 약속했다. 정부는 내년 7481원, 2019년 8649원으로 최저임금을 점차 높여 2020년에는 1만원에 이르게 하겠단 계획이다.
점차 심화하는 노동시장 양극화 탓에 노동을 해도 생활이 어려운 ‘빈곤 근로자’가 늘어난 것이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안을 내놓은 배경이다. 하지만 고용주인 업계 입장에서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에 의한 정책 결정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최저임금 오르면 아르바이트생 줄일 수밖에….”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특성상 점주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게 되면, 점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점주들은 “우리가 알바생을 뽑지 않으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마포구 소재 편의점 점주인 A씨는 현재 평일 근무자 2명, 주말 근무자 2명, 총 4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두고 있다. A씨는 점포의 한 달 매출 가운데 50%가 인건비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인건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A씨 자신도 매일 한 타임씩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점주가 되기 전에 근무자 시절을 쭉 돌이켜보면 사실 최저시급으로는 정말 기본적인 생활만 가능하고, 그 밖에 개인을 위해서는 여가시간 활용 그런 것은 상당히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최저시급이 꾸준히 올라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점주가 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운을 뗐다.
A씨 경우는 인건비로 50%를 쓴다.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로 반을 떼고, 임대료까지 내고 나면 정작 자신한테 떨어지는 돈이 얼마 안 남는다고 토로한다. A씨는 “점주들이 정말 게으르지 않는 한, 자기가 한 타임을 뛴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세간에는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점주보다 아르바이트생 급여가 더 많아질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이에 대해 점주들은 “맞다”고 한 목소리로 동의했다.
서울 구로구 편의점 점주인 B씨 역시 평일 5일을 매일 근무한다. B씨는 “(최저 임금이 오르면) 평일 근무자 뽑는 대신 부모님을 모셔와야 하나 싶기도 하다”면서 “장사가 안 되는 달에는 200만원 후반대를 가져간다. 이보다 더 안 팔린 달에는 250 정도 가져간다. 이럴 땐 이미 심야근무자랑 별 차이가 없다. 시급이 1만원으로 올라가버리면, 점주가 200, 아르바이트생도 200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아르바이트생 5명을 고용하는 서울 중구의 편의점 점주인 C씨는 최저임금 1만원이 ‘악용될 여지’에 대한 가능성을 주장했다. 일부 점주들이 1만원을 주지 못해 아르바이트생에 “덜 받아 가 달라”고 사정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돈을 덜 받아도 좋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씨는 “1만원은 아무래도 부담이다. 이제 1만원의 시대가 오게 되면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사정해서 ‘이번 달에는 이것만 가져가 주면 안 되겠냐’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중에는 점주들이 이런 사정이 수긍이 되고, 덜 받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근무자들만 고용하려고 하진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급한 건 기존 제도 이행
아르바이트생은 ‘주휴수당 제도’를 몰라서 못 받거나, 알면서도 달라고 말하지 못해 못 받는다. 일부 점주는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A씨는 주휴수당을 지급할 경우 월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다고 밝혔다. 법제화된 주휴수당조차 안 주는 점주들도 다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는 “인건비로 매출의 50%가 나간다고 했는데, 주휴수당까지 꼬박꼬박 챙겨준 탓이다. 이조차 안 챙겨주는 점주들이 수두룩하다”며 “주휴수당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 심야근무를 하는 알바생들의 경우 시간 곱하기 시급으로 월급이 145만원 정도인데, 여기에 주휴수당을 더하면 170만원까지 올라간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 곱하기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주면 알바생이 받는 실제 시급은 7000원에 가까워진다. 여기에서 시급이 1만원으로 올라버리면 등골이 휠 것”이라고 토로했다.
B씨 역시 “주휴수당을 안 주는 점포부터 적발하는 등 단속을 강화해야한다. 그렇게만 해도 근무자들 월급이 많이 오를 것”이라면서 “우선 지금 정해져있는 법이라도 점주가 잘 지키고, 근무자들도 이를 잘 알아서 요구할 건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씨는 주휴수당은커녕 최저임금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점주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익명 인터뷰라 밝히는 얘기지만 지방에 아는 형이 편의점 점주를 하고 있다. 들어보니 거기에서는 시급 4000~5000원만 올려놔도 괜찮다는 지원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면서 “점주들도 약았고, 근무자들도 이를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지금 있는 제도부터 정착을 시킨 다음에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부터 임금 인상안이 논의돼야 한다. 주휴수당 주는 점주들이 오히려 난처한 지금 상황이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상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하며 지급되는 유급휴일에 대한 수당이다. 휴일에는 근무하지 않아도 되며, 상시근로자 또는 단기간 근로자에 관계없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한 모든 근로자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