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으로 주춤했던 분양 물량 급증…공급과잉에 미분양 늘어날 가능성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환원 등 정부의 대출규제 외에도 부동산 시장에는 민간발(發) 악재가 두룩하다. 분양물량, 아파트 입주물량 긍급과잉이 대표적이다. 청약시장 침체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진정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지적으로 미분양 물량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 대선으로 주춤했던 분양물량 ‘봇물’
지난 두달 간 아파트 공급물량은 많지 않았다. 4월과 5월 민간 일반분양 기준 청약을 접수한 전국 아파트 단지는 4월 25곳, 5월 22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3월(28곳) 대비 적은 수치다. 지난달 9일 조기 대선으로 인해 신규 분양단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저하를 건설사들이 우려한 결과다. 건설사들은 분양일정을 대선 이후로 미루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6월을 시작으로 하반기 분양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달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총 7만3262가구다. 직전월(3만1050가구)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6월을 포함한 하반기에는 20만942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물량(26만6373가구) 대비 낮지만 시장이 소화하기에 부담스러운 물량이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향기조를 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청약시장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은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강화 기조, 하반기 부동산 시장 수요분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우려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 공급된 아파트 중 1순위 마감된 단지의 비율은 총 46.4%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64%) 대비 대폭 하락한 수치다. 또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첫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6%로 나타났다. 전주(0.06%) 대비 0.0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5월 첫째주부터 매주 이어진 매매가격 상승폭 확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달 새 정부 출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및 경제성장률 상향조정 가능성 시사, 주가 최고치 경신 등 경기회복 기대감이 부동산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를 자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지난달은 분양물량이 늘어나다 보니 그만큼 청약수요가 분산됐다 . 또한 11.3 대책의 영향 등으로 가수요가 제거되면서 수요자들에게 외면받는 단지들이 많아졌다”며 “6월에도 청약경쟁률이 전체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인기지역의 특정 상품에만 수요가 쏠리며 청약경쟁률 하강기조가 (올해 전체적으로)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입주물량 공급과잉…갭(gap)투자 축소, 미분양 증가 우려
아파트 입주물량도 주목할 대목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예정된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2만363가구다. 지난 2015년 이뤄진 대규모 아파트 착공물량이 준공물량으로 전환된 결과다.
입주물량 공급과잉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올 한해로 기간을 확대하면 입주물량은 36만3896가구다. 이는 공급과잉이 발생한 지난 2002~2008년 연 평균 입주물량인 약 33만 가구 대비 높은 수치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월평균 입주물량은 3만6727가구로 지난해 월 평균 입주물량(2만4311가구) 대비 50% 가량 많다.
이로 인해 갭투자를 통한 국지적 부동산 시장 과열이 해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한 뒤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리는 투자방식이다. 성북구, 동대문구, 관악구 등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곳에서 주로 이뤄진다. 다만 갭투자가 몰리며 전셋값은 물론 매매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일어난 바 있다.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전셋값이 내려가면서 갭투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서울 일부 지역은 빌라까지도 갭투자 세력이 성행하고 있다. 다만 하반기 공급과잉으로 갭투자가 이전 대비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지적 시장과열을 어느정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분양 증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악성재고라 일컬어지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9587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9124가구) 대비 5.1% 증가한 수치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말부터 감소세를 보이다 재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방의 경우 3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입주물량 공급과잉에 따른 수요분산으로 지난 2008년 불거진 할인분양, 기존 계약자 입주 거부, 청약 경쟁 미달사례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