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매수권 박탈' 카드 만지작…더블스타에 상표권 사용케 협조 이끌어 매각 종결 포석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금호타이어 대표를 자진 사퇴하라고 종용했다는 설이 도는 한편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을 박탈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금호’ 상표권 문제로 금호타이어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채권단이 박 회장 측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 분주해진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달 25일과 이달 2일 열린 주주협의회에서 금호타이어 매각 종결 방안을 놓고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채권단은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1조3000억원을 3개월 상환 연장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하고 박 회장 측에 상표권 사용 허용 여부를 9일까지 회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을 압박하는 얘기들도 업계에 돌기 시작했다. 지난 5일 금호산업에 기본 금호 상표권 사용에 관한 허용 여부에 대해 답변을 요구하면서 대표 사퇴 여부도 함께 답을 달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측은 이를 부인한 상황이지만 일각에선 채권단측이 박 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하나 내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금호타이어는 경영 상황이 좋지 못하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영업이익은 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2014년 말 262.34%, 2015년 말 314.02%, 지난해 말 321.85% 등으로 재무구조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82억원, 당기순손실 606억원을 기록해 6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만일 사퇴를 하게 되면 우선매수권도 잃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권단과 박 회장간에 맺은 약정서에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매각을 방해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상표권 문제로 매각이 불발되면 매각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채권단이 실제로 우선매수권 박탈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매각 종결에 고전하고 있다. ‘금호’ 상표권 사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까닭이다. 올해 1월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국 타이어 제조사 더블스타는 인수 선결 조건으로 ‘금호’ 상표권을 20년동안 사용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금호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측은 20년이라는 기간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은 지난 번 금호타이어 매각 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채권 만기일 연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이번엔 박회장의 대표직 사퇴나 우선매각협상권 박탈 카드를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매각이 불발 되더라도 박 회장에게는 넘기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라며 “매각 불발 후 우선협상권 사용을 노리고 있는 박 회장 측으로선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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