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여신 손상채권 가계여신보다 4배 많아…"은행들, 정부 독려에도 가계대출 줄이기 힘들 것"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 신한, KEB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 대출채권 중 연체 등 이유로 손상된 대출채권은 총 5조712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손상된 대출채권 중 가계대출에서 발생한 대출채권은 9523억원이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0.3% 수준에 그쳤다. 기업대출에서 발생한 손상채권 비중(1.4%)보다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만큼 은행 입장에선 기업보다 가계대출이 연체 등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채권으로 안전한 수익원이 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거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도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기업대출과 비교해 큰 문제가 없었다. 서민 입장에선 개인 대출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은행 입장에선 이자가 꼬박꼬박 잘 들어오는 대출이 기업보다 가계에서 발생한다.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개인에게서 대출을 받으려는 이유다. 안전 채권을 확보하는 과정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가계대출을 줄이려고 하지만 은행은 계속 가계 등 개인 대출을 늘릴 것"이라며 "기업대출에선 부실화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은 늘고 기업대출은 주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경제 자금 유동성이 떨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 설명대로 은행마다 올해 1분기 대출채권 분류 상황을 보면 기업대출 중 손상채권 비율이 가계대출 손상비율보다 4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국민은행 대출채권 중 가계여신에서 손상대출채권 비중은 0.37%다. 기업여신 중 손상채권비중(1.26%)보다 3배이상 적었다. 금액만 봐도 가계여신 손상대출채권은 4565억원인 반면 기업여신 손상채권은 1조4601억원으로 월등히 높았다.
신한은행도 비슷했다. 신한은행 대출채권 중 가계여신에서 발생한 손상대출채권 비중은 0.28%를 기록했다. 반면 기업여신 손상대출채권 비중은 전체 기업여신 중 0.9%를 차지해 가계여신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신한은행 기업여신 손상대출채권 총량은 9377억원이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가계여신 손상대출채권(2939억원)보다 높았다.
하나은행 가계여신 중 손상대출채권 비중은 0.2%로 기업여신 손상대출채권 비중(1.96%)보다 9배 이상 높았다. 다른 시중은행 기업여신 대출채권 비중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대출채권 신용건전성 등급에서도 가계여신은 대부분 1등급(AAA ~ BBB+) 수준을 보였다. 3개 시중은행 전체 가계여신 중 1등급 가계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93%다. 반면 기업여신 중 1등급 기업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59.2%에 불과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가계여신 중 등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건전성이 높은 대출자가 은행에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은행 입장에선 신용건전성이 높은 대출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관리가 쉽다. 그만큼 이자 수익이 안전하게 나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은행에선 가계대출만 아니라 자영업자 대출 등 개인 사업자 대출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대출처럼 개인이 관리하는 대출로 기업대출에 비해 부실률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지난달말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기록한 지난달 말 개인사업자 대출은 약 160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에 비해 5조원가량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지난달 개인사업자 대출이 55조838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1월에 비해 2조원가량 대출을 늘렸다. 이어 신한은행(35조4541억원), 하나은행(34조8809억원), 우리은행(33조7977억원) 순이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개인이 받는 대출은 기업대출보다 부실대출이 되지 않게 알아서 관리가 된다. 은행 입장에선 이자이익을 안전하게 창출하는 대출"이라며 "기업 대출을 꺼리는 것도 부실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 수익원이 개인 대출이 계속 늘면서 매분기 커지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