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전자에는 호재, 중국3사는 고민…삼국지 탈락 LG전자에게는 기회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4월 13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8·S8+(플러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스마트폰 삼국지가 확연해졌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수위 다툼에 중국 3사(화웨이, 오포, 비보)가 발 빠른 추격전을 펼치고 있어서다. 이 와중에 스마트홈이 경쟁국면의 다음 변수가 될 공산이 커졌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프리미엄 시장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스마트홈을 발판 삼아 중국의 거센 도전을 막아낼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삼국지 대열에서 밀려난 LG전자에게도 되레 기회가 올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8일 IT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의 분석결과를 보면 1분기 삼성전자 점유율은 20.7%다. 2위 애플은 13.7%였다. 그 뒤 3위~5위는 중국 기업 화웨이, 오포, 비보였다. 이들 3사의 점유율 합계는 24%다. 명확한 삼각 경쟁의 모양새다.

향후 새 변수는 스마트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매케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를 열고 AI비서 시리를 탑재한 AI 스피커 홈팟(HomePod)을 공개했다.

홈팟이 성공하면 애플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우선 그나마 줄었어도 여전히 압도적인 아이폰 매출비중(올해 2분기 62.9%)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아이폰 외에 다른 제품이 애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PC 맥 11%, 아이패드 7.4%에 불과하다. 애플도 스마트폰 대형화 행렬에 뛰어든 상황이라 아이패드 판매량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따라서 애플로서는 서비스부문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최근 IT업계서 서비스부문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애플이 이 대열에서 내놓은 무기가 바로 시리다. 홈팟은 가정 내에서 시리의 주된 플랫폼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애플뮤직 등 다른 서비스와 연결고리를 맺을 수 있다. 이렇게 구축된 스마트홈과 집안 바깥의 연결고리가 아이폰이다.
 

LG전자가 'CES 2017'에 선보인 스마트홈 전시 공간에 관람객들이 운집해 있다. / 사진=LG전자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 스마트폰 성능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재도약할 것”이라며 “IT, 가전, 자동차 등의 융·복합 시대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홈, 자율주행차와 같이 생활과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폰의 성능 향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홈팟의 성공은 중국의 도전을 뿌리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가트너는 “오포, 비보, 화웨이, 샤오미가 아이폰의 디자인과 품질을 추격하면서 애플의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홈팟의 시장 연착륙→시리 의존도 강화→애플뮤직 등 기타 서비스 강화→아이폰 성능 강화라는 순환고리를 형성하면 매출 다각화와 중국도전 뿌리치기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갤럭시’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갖춘 삼성전자도 스마트홈에 기대가 크다. 세계 최고수준 경쟁력을 갖춘 가전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애플은 가전 사업이 없는 탓에 스피커로 가정 내 플랫폼을 구축하려 한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TV 등 백색가전 모두를 개별적인 스마트홈 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스마트폰과의 연결고리도 구축해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에 ‘삼성커넥트(connect) 앱’을 설치해 집안 내 스마트 가전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AI 비서 빅스비와 삼성커넥트를 연결시키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이와 달리 중국업계는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디자인을 유사하게 하고 품질을 강화하면서 애플‧삼성전자를 맹렬히 추격하지만 고가 스마트폰 시장서는 아직 경쟁력 차이가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대만 상위 업체 10곳의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하지만 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0.4%로 급락했다. 이 시장은 여전히 애플(65.8%)과 삼성전자(18.2%)의 무대라는 얘기다.

도리어 LG전자에 기회가 올 수도 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 1분기에 겨우 영업손실 2억원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가전부문 영업이익률은 세계최고수준이다. 기술력이 그만큼 돋보여서다.

이 때문에 가전을 활용한 스마트홈 시대에 LG전자 스마트폰이 호재를 얻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조성진 LG전자 CEO 부회장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스마트폰 사업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전의 복합화‧스마트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군”이라며 “MC사업본부 턴어라운드(흑자전환)가 필요하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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