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신고 5615건 중 1·2단계 판정 280건 불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e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문화행사를 가졌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3·4단계 피해자의 지원책에 대한 강력한 촉구가 빗발쳤다. 오후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가습기살균제 사태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3·4단계 피해자 지원책 마련, 원내 태스크포스 구성 등을 약속했다.

 

5일 오전 1135분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화행사를 가졌다. 이어 오후 2시에는 피해자 가족이 우 원내대표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단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한 국가책임인정,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제시 등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문화행사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발표로 시작했다. 피해자의 사연이 담긴 5통의 편지가 발표됐다. 피해자가 편지 하나를 발표하면 문 대통령 가면을 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발표자를 껴안고 사과하는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됐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 = 뉴스1
피해자들은 편지 발표를 통해 정부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3통의 편지를 대독한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는 정부와 가해기업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청한다“6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옥분씨의 편지를 대독한 피해자 유족 김태윤씨는 정권이 바뀌어도 청와대 문턱은 여전히 높다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밝혔다.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 3·4단계 피해자의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피해자 유족 김미란씨는 편지를 통해 “3·4단계 사망자의 죽음도 억울하다면서 급성이 아닌 만성이란 이유로 같은 폐섬유화로 죽었지만 지원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과 피해자 유족들을 위로해달라고 말했다. 아들은 4단계 판정을 받고, 본인은 판정 대기 중인 이재성씨는 행사에 참석해 지난 16개월을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일을 할 수 없던 상황이라면서 경제적 궁핍으로 일을 강제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531일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 접수 건수는 5615건이며 이 중 관련성을 인정받은 건수는 982건이다. 이 안에서도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1·2단계 판정을 받은 접수 건수는 280건에 불과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531일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 접수 건수는 5615건이며 이 중 관련성을 인정받은 건수는 982건이다. 이 안에서도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1·2단계 판정을 받은 접수 건수는 280건에 불과하다.

 

문화행사를 마친 오후 2시 국회 본관에서는 피해자가족모임과 우 원내대표가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엔 우 원내대표를 비롯해 피해자 가족,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해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다정권이 바뀐 만큼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앞장서 참사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3·4단계 피해자 지원책 마련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우 원내대표는 “1·2단계 피해자가 전체 피해자의 5% 남짓이라며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친 강 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민주당 내 태스크포스 구성과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를 언급한 만큼 앞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채 계류돼 있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가습기살균제 분과가 설치돼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행사에 대한 브리핑을 발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아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에 대해 참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피해자를 직접 만나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지시했다.

 

강 대표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 약속의 메시지로 본다며 가능하면 빨리 피해자들을 만나 후속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 본관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네번째)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e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