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대출조이기는 저소득층 생계 위협 부작용…차주의 소득 늘려 빚 줄이는게 근본 처방

그래픽=조현경 시사저널e 미술기자

 

한국 경제가 가계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출과 투자는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금융 리스크로 전이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이 직접적으로 닿는 은행권 대출이 잦아들지 않고 있어 정책 실효성 마저 의심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부동산관련 대출 줄이기 등 부채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만이 아닌 소득 증대 등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에 정부 ‘비상’

가계부채 문제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2017년 1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 3월말 기준 1359조7000억원(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1분기 증가폭 17조100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20조6000억원)보다 줄었지만 가계신용이 폭증하기 전인 2010∼2014년 1분기 평균 가계신용 증가액(4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웃돈다.

특히 정부 정책을 곧바로 흡수하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올들어 계속해서 늘고 있다. 금융당국이 매월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1월 1000억원에서 2월 2조9000억원, 3월 3조원, 4월 4조6000억원 증가세를 보였다. 이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4월말 하더라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누증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원 증가하면서 다시 가계부채 문제를 재점화했다.

가계 대출이 계속해서 늘게 되면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중은 2015년 142.9%에서 지난해 153.6%로 올랐고 최근에는 170%에 육박한 상황이다. 미국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당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30% 수준이었다. 또 가계부채 문제는 차주 직접적인 상환 부실 문제뿐만 아니라 소비 침체를 이끈다는 측면에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계 부채 증가세가 잦아들지 않자 정부가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나서 “8월까지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는 것 같다”고 금융당국의 분발을 요구하기도 했다.

◇ “가계부채 대하는 근본적 접근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로선 어떤 방식으로 가계 대책을 풀어갈 지 고심이다. 가계 부채를 한정없이 죄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을 모두 부동산대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특히 생계를 잇기 위해 대출이 필요한 대출 수요층의 경우, 대출이 끊기게 되면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러한 대출자들이 대출 심사가 까다로운 은행권을 피해 이자 부담이 높은 제2금융권으로 대출로 이동하게 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가계 대출 을 낮은 수준으로 조이게 되면 가계 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실효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접근법 보다는 장기적으로 가계 부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가계부채는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에 대한 정책적 선택이 걸린 문제다”며 “과거에는 건설투자를 늘려 단기적으로 성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소득이나 소비 증가를 이끌지 못하고 가계 부채만 늘렸다. 이제는 가계 소득 증대 등 소비 여력을 늘리는 방식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어느정도 규제를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는 생각한다”며 “하지만 가계 부채 규모 자체를 갑자기 줄이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이는 다른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결국 가계부채는 증가 추세만 완화시키고 다른 편에서 차주의 소득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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