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손실보전 플랜B 가동 가능성…통신료 부담 효과 반감 우려

서울 용산구의 휴대전화 대리점 앞을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 사진=뉴스1

“지금도 29900원 요금제를 가입시키면 거의 남는 게 없다. 기본료를 폐지하면 이동통신사들이 더욱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게끔 유도하는 인센티브 정책을 펼 것이 자명하다.”

 

이동통신 판매점​ 대표의 푸념이다. 문재인 정권의 대표적 민생 공약인 이동통신 기본료가 시간이 갈수록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공약 달성 자체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기본료를 폐지해도 다른 쪽으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정치권에선 새 정부의 국가정보원 국내파트 폐지보다 기본료 폐지 공약이 더 달성하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이동통신사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탓이다. 기본료 폐지를 위해 호흡을 맞춰가야 할 미래창조과학부 마저 업무보고 당시 해당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 향후 정책 도입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기본료는 이동통신사들의 가장 안정적이고 든든한 수입원이다. 기본료 폐지 시 이통사들은 지금보다 약 8조 원 가까운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래 기본료는 이동통신 사업 초기 이통사들의 망 설치비를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미 세월이 지나 해당 손실을 다 보전했지만 이통사들로선 이제 포기할 수 없는 주요 수입이 됐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기본료를 폐지하면 현재 진행 중인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불가능하다”라고 토로했다.이 때문에 이동통신 시장에선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결국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통사들로선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금 정책을 손보기 위해선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업종 특성 상 노골적으로 요금을 올리는 조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비자들을 비싼 요금제를 쓰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손해를 줄여나갈 것이란 게 유통현장의 목소리다.

이동통신사들은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어떤 요금제를 판매하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인센티브를 업주에게 제공한다. 데이터 이용량이 많고 비싼 요금제로 스마트폰을 팔수록 많은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기본료가 폐지되면 해당 정책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란 게 휴대폰 유통업계 목소리다. 만약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그만큼 데이터를 많이 소비할 순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통신요금은 줄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10년 이상 이동통신 판매점을 운용해 온 한 판매점 대표는 “경험상 일단 비싼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은 절대로 낮은 요금제로 갈아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엔 동영상 등 고용량 콘텐츠 소비가 늘고 있어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정책을 진행하기가 더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료를 한 번에 폐지시키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통사가 아예 처음부터 적정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이통사들은 전월 데이터를 이월해서 쓸 수 있게 해주는 등 소비자 통신요금을 줄일 수 있는 내놓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기본료를 폐지해도 이동통신사들이 다른 식으로 수익을 더 걷어 통신요금 부담이 여전할 것이란 비판도 있다”며 “그렇지만 해보지도 않고 이런 저런 우려를 하는 것보단 일단 정책을 실시하고 문제가 있으면 고쳐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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