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강판 톤당 6만원 인상 합의…수직계열화 탓 협상 지연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의 길었던 자동차강판 인상 협상이 끝났다. 양측은 합의를 통해 톤당 6만원 인상을 올리는데 합의했다. 협상이 4개월 정도 지연되다보니 자동차 강판 인상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 무산에 대한 우려를 키운 데엔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수직계열화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일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등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진행되던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이 마무리됐다. 가격 인상분의 크기보다 가격 인상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게 중요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가격의 인상 수준보다는 협상에 대해 커지던 불안감을 잠재운 성격이 크다는 의미다.
협상 기간이 늘어지면서 인상 폭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연구원은 “협상 지연 자체가 가격을 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인 걸로 추정된다”며 “2월엔 8만원 정도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초반에 예상했던 인상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타결된 셈이다. 협상이 시작되던 시점엔 13만원까지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불안을 키운 건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현대·기아차 실적이 현대제철에까지 영향을 미쳤단 얘기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매출 감소는 현대제철까지 영향을 줬다. 현대제철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9% 늘었지만, 경쟁업체인 포스코 영업이익이 106.8% 증가한 데에 비하면 소폭의 성장에 그쳤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제철 모두 실적 압박이 있다 보니 협상도 자꾸만 미뤄졌다.
그간 현대제철과 현대·기아차 모두 실적 악화될까 전전긍긍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판 조달에 애로가 있어서 현대제철을 키우는 것이지만 거래가 내부적으로만 이뤄지면 위험한 측면이 있다”며 “현대·기아차도 강판을 더 잘 만들고 가격이 싼 업체가 있다면 거기서 조달받는 게 효율적이고, 반대로 현대제철도 다른 자동차업체나 수요자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익구조 다변화가 필요하단 요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 내부 거래는 시장에 근거를 갖지 않아 가격 결정에 그룹 내 의도가 섞일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명확한 시장 기준이 없고 계열사 외엔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인상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게 아니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며 “어느 협상이나 끝나곤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