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문전성시…“궐련형 전자담배 유행에 그칠 것” 지적도
지난 2일 오전 10시 30분, 아이코스 광화문점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가게 입구부터 골목을 따라 건물 반 바퀴를 돌아야 줄을 설 수 있었다. ‘평일 오전에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라는 생각은 오판이었다. 가게에 입장하기 위해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
지난달 27일부터 한국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 사전 판매에 돌입했다. 아이코스는 담배를 끼울 수 있는 홀더, 포켓 충전기, 충전 어댑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찌는듯한 더위는 잠시 주춤했지만, 햇볕 아래에서 1시간 30분을 기다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곤혹스럽기 마련이다. 아이코스 매장 관계자는 줄을 서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부지런히 생수를 건넸다.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매장 관계자가 신분증과 흡연 여부를 확인한다. 어느 담배 구입절차와 다를 바 없이 신분증이 없으면 아이코스를 살 수 없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필립모리스는 비흡연자에게 아이코스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장 관계자는 “회사 내부 지침이 그렇다”며 기자에게도 흡연 여부에 대해 물었다.
신분증을 집에 두고 온 장영배(35)씨는 “충남 당진에서 아이코스를 사려고 2시간 30분 걸려서 왔다”면서 “같이 온 친구에게 부탁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씨와 친구 김정훈(35)씨는 회사 휴무일에 맞춰 아이코스를 구입하러 서울에 왔다. 김씨는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면서 “올라온 후기를 보면 일반 전자담배와 다르게 목 넘김이 있다고 해 기대된다”고 말했다.
매장에 들어가면 아이코스를 시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직원 안내에 따라 2, 3명씩 조를 이뤄 들어가면 아이코스 소개 및 사용방법을 듣고, 자리에 앉아 시연하게 된다. 시연을 하려면 아이코스 전용 담배인 히츠(HEETS)를 구매해야 한다.
아이코스 광화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히츠의 종류는 앰버, 실버, 그린 등 총 3가지다. 필립모리스 관계자에 따르면 앰버는 풍부한 맛, 실버는 부드러운 맛, 그린은 시원한 맛이다. 평소 말보로 골드를 피운다는 말에 직원은 “그러면 앰버가 딱일 것”이라며 앰버를 추천했다. 히츠를 홀더에 끼워 버튼을 2초 정도 누르고 15~20초를 기다리면 히츠가 가열돼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아이코스는 기존의 담배와 다르게 불을 붙이지 않기 때문에, 흡연 습관을 기계에 맞춰야 한다. 담배를 짧고 빠르게 흡입하는 평소 습관대로 담배를 피우자, 직원은 “가능한 길게 빨아들이고 천천히 오랫동안 흡입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몇 번의 흡입 끝에 아이코스에 적응하려는 찰나, 아이코스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에 대해 직원은 “아이코스는 시간으로 6분, 모금으로 14모금 정도 피울 수 있다”면서 “진동이 울리면 대략 2모금 정도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히츠 하나를 다 피고 나서, 바로 한 대를 더 피려면 다시 홀더를 충전해야 한다. 홀더를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분이다. 담배를 연속으로 피우는 사람들은 홀더 충전 시간에도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날 아이코스를 구매한 오아무개(26)씨는 “일반 전자담배와 다르게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있다”면서도 “일반 담배보단 맛이 약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전자담배를 필 때는 6개월 정도 피다가 다시 궐련으로 돌아갔다”면서 “아이코스가 앞으로 CU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미리 체험하고 판단하려 한다”고 말했다.
초기 시장 반응과 달리 전문가들은 아이코스의 시장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남자의 전자담배 평생사용률은 21.3%인데 반해, 전자담배 현재사용률은 7.1%에 불과했다. 여자의 경우 각각 2.9%, 1.2%를 기록했다. 평생사용률은 지금까지 전자담배를 사용한 적이 있는 사람을, 현재사용률은 최근 한 달 동안 전자담배를 사용한 사람을 의미한다. 전자담배를 사용했다가 다시 일반 담배로 돌아가는 사람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회 회장은 “담배도 하나의 유행”이라면서 “담배도 바뀌고, 전자담배도 바뀐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하나의 유행으로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회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이코스가 기존 담배시장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흡연자들이 기존의 담배로 얻은 흡연 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