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도 둘러싼 설왕설래에 셈법 분주…생애주기 소득 반영할 신DTI가 더 복잡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한다. 더불어 미래 소득 능력을 감안한 신(新)DTI(총부채상환비율)도 이르면 내년 초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업계는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규제 수준이나 정도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둘러싼 셈법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 정부, 가계부채 누증 문제에 두 팔 걷었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가계 부채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대통령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이달 1일 한국은행을 불러들여 발빠르게 가계부채 문제 현안을 들었다.

실제 국내 가계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2017년 1분기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이 지난 3월말 기준 1359조7000억원(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전분기 대비 증가폭은 17조1000억원(1.3%)으로 지난해 1분기(20조6천억원)와 비교해 3조5000억원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예전 수준 증가폭(4조5000억원)을 크게 뛰어 넘었다.

이에 가계대출 관리 기준이 대대적으로 손질될 전망이다. 우선 정부는 DSR의 내년초 조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미결제액, 휴대폰 요금 미납액 등을 대상으로 대출 원리금을 소득과 비교해 산출하는 여신 관리지표다. 기존 DTI는 주택담보대출 외 기타 대출은 이자상환액만 갚아야 할 부채로 인식한다. 결국 대출 관리 범위와 기준이 더 강화되는 것이다.

신DTI도 검토되고 있다. 신DTI는 생애주기 소득 기준으로 산정하는 주택담보대출 한도 산출 방식으로 신입사원 등 사회초년생에 대해 현 소득이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만기(최장 30~35년)까지 예상되는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소득 수준이 중요한 DSR로 대출을 관리하다보면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이 대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나온 대출 관리 방안이다.

◇ 가계 대출 관리 방안 구체화 기다리는 은행권

은행권은 이에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4년경부터 금융위원회에서 총량관리에 대한 방안이 나온 바 있다. 더불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 발맞춰 대출 심사를 강화해왔다”며 “새정부의 가계 대출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4월부터 DSR 지표를 시행했다.

다만 아직 DSR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표준모형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은행권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위는 각 은행의 대출 고객 특성을 감안해 DSR 적용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할 예정인데 표준모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 각 은행에 적정한 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신DTI 등에 대해선 셈법이 더 복잡해진다. 우선 적정 생애주기 소득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과 세대마다 생애주기 소득이 다른 까닭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온다 하더라도 은행별 대출자 특성이 다른 탓에 일률적인 적용도 한계가 있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부부합산 등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정부가 가계 대출을 조이게 되면 대출 증가율이 낮아져 어느정도는 은행권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는 가산금리를 올려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가산금리도 이젠 모범규준을 통해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기가 까다로워진다”며 “결국 정부 정책과 자사 고객 특성을 고려한 대출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대해 윤곽은 그렸지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출을 기다리는 한 고객.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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