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66억원 가뭄대책비 지원…“길어지는 가뭄에 김장 때 놓칠 수도…”
가뭄이 끝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 충남 서부와 경기 남부, 전남 해안가에서 강원도까지 가뭄이 심해지면서 농작물이 크지 못하며 상품성을 잃어가고 있다. 가뭄 해갈을 도울 단비 소식도 없다. 정부는 피해 지역에 가뭄대책비를 지원하겠단 방침이다. 농민들은 앞으로 열 흘 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면 큰 일이라며 걱정한다.
업계 고민도 깊다. 식자재 유통 기업 입장에서는 제때 수확된 농작물을 제때 가공해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뭄으로 수확이 늦어지면 그만큼 판매 시기도 뒤로 밀리게 된다. ‘때’를 놓쳐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2일 국민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누적 강수량은 161.1㎜로 평년의 54% 수준이다. 전국 저수지도 마르고 있다. 올해 국내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8%다. 평년(73%)의 80% 수준이다. 지역 별로는 경기 지역이 35%, 충남이 41%로 낮게 집계됐다.
저수율이 평년의 50% 이하면 ‘심각’단계다. 경기도 평택, 화성, 안성, 충남 서산, 홍성, 예산에 ‘심각’이 내려졌고, 평년의 60~51% 수준에 부여되는 ‘주의’ 단계는 경기 용인, 충남 보령에 발령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통합물관리 상황반 회의’에서 전국 가뭄 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가뭄대책비 116억원(국비 93억원·지방비 23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저수지 준설 사업비 50억원도 투입한다. 이번 지원 결정은 지난달 29일 국민안전처가 경기와 충남지역에 특별교부세 70억원을 지원한 것과 연장선에 있다.
가뭄이 길어지자 농작물 성장과 수확이 지체되고 있다. 농가는 농산물 가격이 높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확량도 줄어들어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원도 영월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가뭄이 장난이 아니다. 너무 가물어서 용수를 대지 않은 곳에서는 작물이 자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추뿐 아니라 감자, 고추 등이 한창 클 시기인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 농산물 값이 비싸지도 않아서 양이라도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다른 농민도 “배추가 타 죽고 결구(배추 따위 채소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일)도 안 된다”면서 “앞으로 열흘 지나도 비가 오지 않으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어제는 소나기가 왔다. 그래봤자 5㎜ 수준이다. 20㎜ 정도라도 확 쏟아지면 좋을텐데…”라고 털어놨다.
식자재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는 거다. 지금은 씨를 뿌려야 할 때다. 배추로 따지면 ‘정식(온상에서 기른 모종을 밭에 내어다 심는 일)’을 벌써 했어야 했는데,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수확 시기도 늦어진다. 제때 수확해서 김장을 해야 하지만 가뭄 탓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관계자는 또 “무더위가 올해처럼 빨리 시작되면 나중 수확 시기에 배추가 타들어간다. 좋은 배추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며 “엄청 더웠던 지난해 여름에도 배추가 흉작이었다. 올해에도 날씨가 전혀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 작년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