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필기구로 친근한 분위기 조성…음성합성 등 기술 시연 눈길
“소프트웨어 산업은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 좋은 인력이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 저희가 많은 문제를 찾고 있다. 접근도 못하는 문제가 많다.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
카카오는 대학 채용설명회를 친근함과 솔직함으로 꾸렸다. 덕분에 설명회를 듣는 학생들도 잠시 구직 걱정을 내려놓고 기술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설명회가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기술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2일 고려대 서울캠퍼스 우정정보관에서 카카오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카카오를 상징하는 노란색 안내판이 학생들을 맞았다. 사전 신청을 통해 참석한 학생들이 대다수였다. 그만큼 카카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자리가 모자라 서서 설명회를 들을 정도였다. 제한된 인원 탓에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는 비운의 학생도 있었다.
채용설명회에 사전 신청한 학생들은 카카오 측이 마련한 카카오프렌즈 공책과 볼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덕분에 밝은 얼굴로 설명회장에 들어선 이들이 많았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채용설명회를 친숙한 캐릭터로 녹인 카카오의 감각이 돋보였다. 우선 참석자들의 마음을 열고 시작한 셈이다. 채용설명회 시작 전 몇몇 학생들은 검색엔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카카오는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8일까지 인공지능 인재 채용 설명회를 진행한다. 전국 대학교 9곳을 돌면서 카카오의 인공지능 기술과 사내문화, 복지 등을 소개한다. 카카오가 대학을 찾아다니며 채용설명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긴장감이 가득한 얼굴로 “학생들 반응이 뜨거운 것 같다”며 “처음이라 다음에도 참석해달라는 뜻으로 카카오프렌즈 선물을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병학 카카오 AI부문 총괄 부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병학 부사장은 카카오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손석희 JTBC 앵커의 음성으로 시작했다. 이 음성은 실제 손석희 앵커가 말한 것이 아닌 카카오의 음성합성 기술로 만들어진 음성이었다. 문장이 꽤 매끄럽게 흘러나오자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 부사장은 카카오 인공지능을 검색기술, 음성인식, 음성합성, 이미지 이해, 자연어처리, 추천기술로 나눠서 설명했다. 그 중에 올해 안에 출시할 인공지능 스피커, 챗봇에 방점을 찍었다. 기술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이어지자 학생들은 볼펜을 꺼내 안내 책자에 빼곡히 필기를 시작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만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모두 비슷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카카오는 생활플랫폼이라는 측면에서 저변이 더 넓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택시 이용자의 로그를 분석하면 사용자들이 어디를 주로 다니는지, 패턴은 어떤지,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회사와 다른 새로운 가치를 쉽게 사용자들에게 줄 수 있다고 자부했다.
지난 만우절에 공개된 라이언로봇 동영상이 나오자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손금을 보더니 “오래 사시겠어요”, 닮은 연예인을 물으니 “오달수”라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기술을 선보일 때 마다 김 부사장은 고민이 깊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그만큼 어려운 연구부분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특히 자율주행기술에 대해서 “자동차는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드론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드론 자율주행 연구를 시도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이 인공지능 관련 분야 전공인 학생들에게 손을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5명 남짓의 학생들이 손을 쭈뼛쭈뼛 들었다. 생각보다 관련 전공자들은 소수였다. 설명회가 말미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학생들은 “인공지능 전공이 아니어도 입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인공지능 아닌 부문에서도 다수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으니 지원해도 된다”고 답변했다.
카카오는 검색모델링, 검색통계분석, 멀티미디어처리, 음성처리, 자연어처리, 추천기술, 추천기술(광고) 부분의 인재를 상시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이 무관하기 때문에 누구나 지원할 수는 있지만 전형에는 코딩테스트가 포함돼 있다. 때문에 테스트의 난이도나 내용을 걱정하는 학생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