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콘텐츠 갖춘 국내 AR‧VR 스타트업 투자…“글로벌 업체 육성”
스타트업에게 중국은 ‘기회의 대륙’이다. 방대한 자본과 시장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벤처캐피탈(VC) 규모는 2300억 달러(약 257조원)로 집계됐다. 실리콘밸리를 가진 미국과 견줄 정도의 막대한 규모다. 이제 중국 시장은 국내 스타트업이 가진 ‘기술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 벤처캐피탈 창커제(创客街)의 모 롱(MO RONG) 대표가 있다.
창커제는 중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다. 주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지금은 광저우, 남경, 소주, 샤먼, 푸저우, 창사, 청두, 항저우, 심천 등 주요 중국 도시에 25개 인큐베이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과학기술부가 뽑은 공식 창업공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일 한국VR산업협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로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부산VR페스티벌 한‧중 투자설명회장에서 모 롱 창커제 대표를 만났다.
어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가. VR외에 다른 분야도 지원하나.
중국 내 지원센터가 많다. 그곳에 입주하거나 투자받은 스타트업 분야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AR, VR을 집중적으로 키워내고 있다. 창커제는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 즉 신생 스타트업에게 주목한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스타트업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동시에 자금도 지원한다. 초기 단계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지원하는 회사들도 대부분 뛰어난 AR, VR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다.
창커제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 성공사례는.
부동산 분야 AR 스타트업이 있다. 광저우에 있는 ‘MROOM’이라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집 구조를 찍으면 AR을 통해 인테리어를 미리 해 볼 수 있다. 가구를 배치하거나 마루, 벽지 재료를 바꿀 수도 있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집 전체를 살펴보고 베란다에서 내부를 살펴보기도 한다. VR기능도 가능하다.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전망이 뛰어나다.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현재 중국 대규모 부동산 업체와 협업 중이다. 일종의 기술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 업체들은 완커, 바오리 등 중국 내 부동산 업체 5위 안에 든다. MROOM의 기술을 독점적으로 부동산 업체에 제공하면서, 외형을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도 VR, AR 게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보통 VC는 투자할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 ‘기술력, 성장성, 사업성’ 등을 평가한다. 창커제가 고려하는 것은.
사람, 즉 스타트업 팀원들을 본다. 팀워크, 조합, 그들이 가진 실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가장 중요시한다. 인품, 기술력 등 종합적인 면을 보는 셈이다. (보통 VC들은 기술력, 사업성을 평가하는데 의외다.) 사람에게서 성장성을 엿볼 수 있다. 기술적인 능력은 창커제 차원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팀워크가 맞지 않거나,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안좋으면 그건 바꿀 수 없다.
창커제는 꾸준히 한‧중 스타트업 투자협력설명회에 참석 중이다. 왜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나.
한국은 AR, VR 기술에 대한 전망이 좋다. 기술력도 뛰어나고 콘텐츠도 다양하다. 이미 AR, VR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반면 중국은 큰 시장을 자랑한다. 자본도 많고 신기술 관심도 많다. 중국 시장은 한국의 뛰어난 AR, VR 기술과 인재들이 필요하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중국 시장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한, 중, 일 아시아가 협력해 기술을 키워내고 싶다. 세 국가는 비슷한 문화권을 가지고 있고 각자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투자설명회(IR)를 통해 투자를 받은 국내 스타트업은 향후 중국 진출도 가능한가.
그렇다. 그러기를 희망한다. 앞서 말했지만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 늘 적합한 파트너를 찾고 있다. 눈에 뜨는 국내 스타트업이 생긴다면 합작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중국 내 AR, VR 산업 지원과 규제는.
중국 정부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관련 기술 지원정책을 펼치기도 하고, 현지에 VR 산업단지를 조성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대대적으로 지원을 늘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중국도 AR, VR 개발을 시작하는 단계다. 시작은 어렵다. 기술 자체가 독립적으로 일어설 정도의 지원은 아니다. 아직 부족하다. 그렇지만 전망은 뛰어나다. (중국은) AR, VR 뿐만 아니라 혼합현실(MR)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술이 발전될수록 지원은 더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VR, AR 산업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나.
사실 AR, VR 등 여러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AR 관심이 더 많다. AR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VR은 영상기기, 고글 등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VR기기를 껴야 영상을 보거나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편하게 AR을 즐기고 있다. 일종의 ‘편의성’ 추구다. 그런 의미에서 VR보다 AR이 더 발전하지 않을까. 또 혼합현실인 MR이 성장할 것 같다. MR은 두 가지 기술을 합친 것이다. 현실과 가상을 융합시키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중국 벤처캐피탈 창커제의 올해 목표는.
‘글로벌 105’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창커제와 손잡은 100여개 회사가 있다. 이들이 신생 스타트업에게 최소 10만 위안(약 1650만원)을 투자하면, 나중에는 (투자 회사들이) 스타트업 주식 5%를 가지는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투자 금액은 10만 위안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투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5% 주식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이름도 ‘105’다.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105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