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규제 영향에 사업 난항…유럽 생산공장 건설로 타개

지난달 29일 헝가리 괴드시에서 열린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서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배터리 소재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삼성SDI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체 3사가 유럽에서 새로운 활로 찾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최근 전기차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국내 기업을 제외하는 등 중국 사업이 난항을 겪자, 유럽 진출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북쪽 괴드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삼성SDI의 헝가리 공장은 33만㎡(10만 평) 규모로, 5만대 분량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삼성SDI는 이 공장에서 내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삼성SDI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PDP 등을 생산하던 곳이다. 삼성SDI는 기존 공장 부지에 최첨단 배터리 생산 라인을 새로 조성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도 유렵 현지 공장 건설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윤예선 B&I 사업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에서 진행된 CEO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고객사의 요구로 연내 유럽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며 “헝가리나 체코 등 노동력이 좋고 인건비가 싼 동유럽을 중심으로 물색 중이며, 문제가 없다면 내년 유럽에서 공장을 가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4000억원을 투자해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착공한 바 있다. LG화학의 폴란드 공장은 올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해 투자를 완료하는 내년이면 순수 전기차 기준으로 연 10만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로써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는 유럽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3사 모두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유럽 지역을 거점으로 삼았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유럽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전기차 선두업체들의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은 보통 배터리 등 부품을 수급할 때 인근 지역 공장을 선호한다”며 “현지조달을 해야 운송비도 적게 들고 생산비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인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유럽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세 차례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목록을 보면, 한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특히 최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내 규제 완화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내에는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 2~3년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배터리 3사가 중국에 지은 공장들은 공장 가동률을 줄이거나 생산 물량을 중국외 다른 지역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중국 현지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 자체를 포기할 순 없지만, 현 상황에서 중국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결국 유럽 시장 진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2020년이 되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계획”이라며 “그 전까지는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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