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공약 기본료 폐지 놓고 불협화음…창조경제 정책도 동상이몽

지난 4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폐지 위기에 처했던 미래창조과학부가 일단 존속엔 성공했지만 시작부터 문재인 정권과 불협화음을 내는 모양새다. 새 정부의 대표적 민생정책인 통신 기본료 폐지와 관련, 눈높이가 크게 다른데다 창조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도 대립 양상이 굳어지고 있다.

지난 1일 국정기획 자문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두 번째 업무보고를 받았다. 해당 업무보고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기본료 폐지 문제가 특히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 자리에서 통신비 인하 방안을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다. 앞서 첫 번째 업무보고 때도 해당 부문이 미진해 다시 열린 자리였지만 이번에도 준비를 못했다.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은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미래부도 좀 더 긴장하면서 정부 과제 추진과 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사회적 약자의 통신료를 절감하겠다는 공약 취지는 반드시 이행돼야 하고, 미래부는 그런 방향에서 더욱더 치열한 고민을 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미래부가 일부러 새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부가 과거부터 기본료 폐지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는 점도 이같은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특히 최양희 장관 자신이 공개적으로 기본료를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최 장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방위 전체회의에서 기본료 폐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기본료 폐지가 아니라 시장경쟁 논리에 의해 요금경쟁을 유도하는 게 정부의 기본 원칙”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 전에도 기본료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그는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가 바뀌었는데 기존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정책 추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기본료 폐지가 아니라면 다른 대안이라도 충분히 설명하든지 했어야 하는데 미래부의 업무보고에선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며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 비전에 맞추지 않고 어깃장을 놓는듯한 모습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놓고도 향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인 창조경제는 과거부터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실체가 없는 엉터리 정책이란 비판이었는데 실제로 국정농단 사태에까지 휘말리며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최양희 장관은 지난해 말 “‘창조경제’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정비하면 예산과 역량 낭비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올해도 창조경제 정책 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비선실세 논란에 휩싸였던 당시 미래부는 오히려 역대 최대 규모로 창조경제박람회를 개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여전히 미래부 내부에서도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계속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해당 센터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 온 문재인 정권과 미래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정부의 ICT 정책을 구상한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창조경제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며 더 얘기할 가치도 없다”면서 "아직 새 정권이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 진용이 꾸려지지 않아 공무원들이 기만을 하지 않을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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