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양 PC‧게이밍 노트북 각광…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도 수혜
IT 기업들이 게임 유저(user)들에게 절이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 PC와 노트북 등 컴퓨터 기기를 파는 전자업계는 ‘게이밍’ 시장 등장에 반색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 후 내리막길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던 가정용 PC는 돌파구를 찾았다. ‘게이밍’이라는 단어를 덧붙인 노트북, 모니터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고성능을 기하는 게임 IT기기 시장이 열리면서 기술력 갖춘 국내 부품업계(반도체, 디스플레이)도 덩달아 수혜를 보고 있다.
2일 IT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들어 앞다퉈 게이밍 노트북을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25일부터 나흘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2017 플레이 엑스포(PlayX4)’에 참가해 다양한 게임관련 기기를 공개했다. 대표적인 신제품이 ‘LG 울트라와이드 게이밍 모니터’, ‘LG HDR 4K 모니터’, ‘LG 게이밍 노트북’ 등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2016’에서도 부스를 차려 게임 유저 겨냥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이번 플레이 엑스포에 등장한 15.6형(39.6cm) LG 게이밍 노트북은 7세대 인텔 프로세서 최상위 버전 i7-7700HQ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최근 신작게임들이 고성능화하고 있는 걸 염두에 둔 셈이다. 또 엔비디아의 GTX 1060 그래픽카드를 탑재해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게임 화면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앞서 삼성전자도 올해 초 게임 특화 노트북을 표방한 ‘오디세이’를 출시했다. 화면 크기는 LG 제품과 같은 15.6인치다. 오디세이는 인텔 7세대 코어 i7 쿼드코어 45W 프로세서를 적용했다. 그래픽은 엔비디아의 GTX 1050 그래픽카드를 탑재했다. LG와 삼성 제품 모두 전체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셈이다. 게임유저 사이에서는 두 노트북 사양 모두 인기게임 ‘오버워치’를 즐기는 데 충분하다는 평가다.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라 전망 받던 데스크탑 시장도 다시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트북 오디세이에 이어 PC 오디세이도 내놨다. 노트북 버전과 마찬가지로 넓은 방열 통풍구를 활용한 ‘쿨링 시스템’이 도드라진다. 유저가 게임을 이용할 때 장시간 PC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모니터 시장 경쟁도 치열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퀀텀닷 기술을 이용한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CFG70 2종을 내놨다. LG전자가 플레이 엑스포에서 내놓은 34형(86.6cm) LG 울트라와이드 게이밍 모니터는 엔비디아의 G-싱크(G-SyncTM)’ 기술을 적용해 모니터와 PC 간 영상신호를 동기화했다.
특히 LG제품의 경우 21:9 화면비로 기존 16:9 화면비 모니터에서는 보이지 않던 좌우 양쪽 끝 화면까지 보여주게 구성됐다. LG전자는 “21:9 화면비를 지원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배틀필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게임을 보다 박진감 있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PC 시장만 웃음 짓는 건 아니다. 게이밍 모니터 경쟁이 펼쳐지면서 디스플레이업계도 호재를 맞았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그간 TV 등 대화면 OLED에 강점을 보여왔다. 그런데 TV에 연결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늘면서 부수적 수혜도 누리게 됐다.
게임을 겨냥한 고사양 PC 수요가 계속 커지면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이 좋은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볼 수 있다. 특히 오버워치 같은 게임은 다중그래픽을 활용하는 까닭에 유저들도 사양이 좋은 PC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 덕에 D램 등 반도체 수요가 늘었다.
실제 최근 나온 LG 게이밍 노트북의 경우 메모리가 기존 DDR3보다 30% 이상 빠른 DDR4 8GB(기가바이트)를 적용됐다. 삼성전자 오디세이 역시 DDR4를 탑재했다. 두 제품 모두 최신 노트북에 비해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편의성보다 성능에 집중한 셈이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퀄리티 높은 반도체가 각광받게 됐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HP, 레노보 등 세계 탑 브랜드 PC업체들도 고성능 게임용 PC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며 “통상적인 인터넷 서핑 기능을 스마트폰이 대체하면서 가정용 PC의 설 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게임용 고성능 PC라는 분야가 새 돌파구가 되고 있다. D램 수요에 적지 않은 긍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