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말리부 기세, 가격인상에 미풍 그쳐…시장 규모도 축소

르노삼성 SM6와 한국GM 말리부 출시로 시작된 국내 중형세단 시장의 판도 변화가 1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5월 중형 세단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쏘나타를 불과 71대 차이로 바짝 쫓았던 SM6는 지난달 397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쏘나타와 격차는 3250대에 달한다. 말리부 판매량 역시 3000대 수준에 머물러 전체 시장 규모마저 쪼그라들었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가 판매한 중형 세단 전체 판매량은 1만889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4784대)보다 23.7% 감소했다. 지난달 판매 차종이 8대로 전년동월(10대) 대비 줄어든 데다, SM6의 신차 효과가 사그라진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SM6는 지난달 3974대가 팔리며 지난해 5월(7901대)과 비교해 판매량이 거의 반토막 났다.

 

올해 1~5월 중형 세단 현대차 쏘나타, 르노삼성 SM6, 한국GM 말리부 판매량 그래프.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지난달 판매량에 포함되지 않은 말리부 구형과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은 지난해 5월 총 944대가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전체 판매 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GM 신형 말리부 출고가 지난해 6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1년 새 6000대 가까이 감소한 중형세단 전체 시장 판매 축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 SM6가 국내 중형 세단 사장의 부흥과 원점 회귀를 동시에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SM6는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10개월 동안 5만7478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 들어 월평균 판매량 4000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까지 르노삼성 SM6의 월평균 판매량은 5748대였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올해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습적으로 SM6 판매 가격을 올린 것이 신차효과 상실과 판매 부진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르노삼성은 지난 3월 SM6 2017년형 모델을 내놓으며 판매가격을 10만~65만원 올렸다. 당시 르노삼성은 연식변경 모델에 대한 사양 추가나 품질 개선 없이 차량 색상만 추가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GM이 말리부 2016년형 출시 5개월 만에 연식변경 모델로 갑자기 대체해 맞은 판매 급감 사태를 르노삼성이 그대로 따라간 셈”이라며 “당초 두 차종 모두 프리미엄 중형세단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중형세단 평균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 3000만원대에 출시됐던 만큼, 르노삼성 SM6와 한국GM 말리부에 가격 인상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GM은 말리부 가격 인상 이후 시작된 판매 부진 해소를 위해 판매 가격 인하와 같은 판촉 정책만 주기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4월 2858대로 급감한 말리부 판매 확대를 위해 120만원 할인과 최대 60개월 할부를 적용하는 등 311만원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편 바 있다. 한국GM은 6월에도 이 같은 판촉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3월 현대차가 부분변경해 내놓은 쏘나타만 홀로 중형세단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쏘나타 판매량은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뉴라이즈 출시 첫 달인 3월 7240대에 이어 4월 8748대, 지난달 7227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쏘나타 부분 변경 모델이 완전변경 수준으로 외관 개선을 이룬 것이 구매 수요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오면 친환경차 시장 성장세에 맞춰 국내 중형세단 시장 부진이 소폭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는 쏘나타 뉴라이즈를 위협할 만한 경쟁 차종 출시가 예정돼 있지 않아 쏘나타 혼자 중형세단 시장을 이끄는 상황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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