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승계 전, 입지 없어 주주 반발 가능성도…무죄 입증 사활 걸듯
문재인 정권 출범 후 내건 시퍼런 개혁 서슬에 각 그룹들마다 체질 개선에 대한 고심에 빠졌다. 하지만 삼성은 더 원초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성공적인 복귀 여부다. 만약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하면 회사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일 현재까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총 21번의 재판을 받았다. 특히 이날 새벽 2시에 끝난 재판은 무려 16시간 동안 진행되며 장시간 공판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번 재판에선 특히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 관련 의혹이 쟁점으로 부각돼 특검과 이재용 부회장 측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이 부회장 측은 사실상 이번 재판에 사활을 걸었다. 재판이 계속될수록 변호인단에 들이는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과거 미래전략실 주요 인물들도 그의 재판을 돕기 위해 나섰다. 이번 재판이 이 부회장의 앞날을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재계에선 이번 재판 결과를 잣대로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 여부를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삼성이 처한 상황과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를 생각하면 반드시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과거 재벌 총수들은 유죄판결을 받고도 경영일선으로 별탈없이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는 다르다. 지배구조 전문가 채이배 국민의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재계 총수들은 늘 유죄판결을 받고도 경영에 복귀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용이치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 경영권 승계가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직 장악력이 없는 데다, 해외 주주들이 순순히 복귀를 받아줄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과거 총수 구속을 경험한 한 재계 관계자도 “구속됐다 경영에 복귀한 총수들은 대부분 이미 십 수 년 간 조직을 이끌어온 인물로 주주들도 인정을 했다”며 “이제 막 세대교체를 하려던 이재용 부회장은 사정이 좀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만약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면 해외 주주들을 설득할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수의 도덕성은 특히 공적 연기금 주주들의 투자 성향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 이들은 헤지펀드와 달리 수익성 뿐 아니라 투자하는 기업의 도덕성을 주요 고려 대상으로 꼽는데, 삼성전자 주주들 간의 간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네덜란드 연기금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판결을 받고 복귀하려 했다간 자칫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무죄판결을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오히려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 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삼성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삼성과 최순실이 서로 편의를 봐주고 돈을 주고 받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뇌물죄 범위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은 오는 8월쯤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