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석 수요 급감 우려…정부 “새 수요처 찾기 위해 논의”
다음달 1일부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가 가동중단 절차에 들어간다. 이번 가동중단은 한 달로 정해져 있지만 정부는 점차 석탄화력발전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에 탈황용 석회석을 납품하던 석회석 업계에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주요 고객인 석탄화력발전 회사가 석회석 수요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0일 대한광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탈황용 석회석은 고품위 석회석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력발전소는 발전과정에서 생기는 유해물질인 황산화물(SOx)을 탈황설비를 통해 제거한다. 탈황 작업에 쓰이는 물질이 바로 탈황용 석회석이다. 석회석과 접촉한 황산화물은 화학반응으로 제거되고 탈황석고라는 발전소 부수입원이 생긴다. 5개 발전사가 1년 동안 소비하는 탈황용 석회석은 150만톤 정도다.
한국석회석협동조합은 당장 올해 말 한국동서발전 입찰을 앞두고 있다. 한국석회석협동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탈석탄화력 정책 기조에 매출의 10~20% 정도를 차지하는 고품위석회석 수요가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동 중단 이후 곧바로 석회석 가격이 내려가진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탈황용 석회석 수요량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발전소의 고품위 석회석 수요량이 줄면 다른 산업에 납품해야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건 아니다”고 토로했다.
석회석은 국내 몇 안 되는 자급자족 광물이다. 석회석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고르게 매장돼 있다. 멀리서 수입해 와야 하는 자원이 아니다 보니 석회석 수요자가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따라서 석회석은 다른 광석에 비해 국제가격 영향을 덜 받는다. 하지만 반대로 납품할 거래처가 국내로 한정돼있단 의미기도 하다.
탈황용 석회석 가격은 각 발전회사의 경쟁입찰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발전회사는 내부적으로 탈황용 석회석 단가를 결정하고 입찰을 알린다. 석회석 업체는 개별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소속된 협동조합을 통해 계약한다.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탈황용 석회석 단가를 높게 책정해달란 요구도 있지만 규정에 맞춰서 단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낙찰은 최저가격을 제시한 협동조합에 돌아간다. 계약 기간은 보통 2년에서 3년이다.
대한광업협동조합은 남동발전과 탈황용 석회석 납품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은 내년 8월 만료된다.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 예정된 만큼, 계약엔 줄어든 수요가 반영될 예정이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에서 화력발전을 줄이겠다는데 석회석 좀 팔아달라고 화력발전을 지어 달라 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구책으로 민간발전 등 수요 개발을 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탈황용 석회석을 새롭게 납품하기란 쉽지 않다. 갑자기 수요를 늘릴 순 없기 때문이다. 대한광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석회석 수요량이 줄면 그만큼 생산을 덜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경유 가격이 크게 올라 석회석 단가 책정에 획기적으로 반영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경유는 석회석 채굴 과정에서 사용되고 석회석 운반비와도 관련돼 있어 단가 책정에 반영되는 비율이 높다.
정부 부처도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인한 석회석 업계의 난점을 인지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달 석회석 업계 관련 문제가 애로사항으로 올라와 논의했다”며 “새로운 수요처를 찾기 위해 연구나 용역 지원을 대책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환경에 대한 관심은 탈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새로운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