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원 투입 7만평 물류 창고…아·태 지역 중심 구축 계획

황영기 BMW코리아 물류센터 총괄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BMW코리아가 경기도 안성시에 BMW 본사를 제하고 해외법인 중 가장 큰 부품물류센터(RDC)를 구축했다. 총면적만 축구장 30개 규모인 7만평(5만7103㎡)에 달한다. 특히 BMW코리아는 향후 10년 안에 RDC 부지를 1만평(3만1000㎡) 더 늘려 아시아·태평양 지역 BMW 사후관리(AS) 부품 수급의 중심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당장 3배가 커져 버린 국내 BMW RDC를 총괄해야 할 황영기 BMW코리아 부품물류센터 매니저는 그러나 “창고가 커져서 힘든 부분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함께 커진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RDC 건설 계획이 확정된 2015년 5월 이후 2년여를 꼬박 큰 창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법에 대해서만 고민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황 매니저는 독일 본사 RDC 관리직은 물론 정보통신(IT)담당 직원까지 국내로 불러들여 RDC 운영 개선 방안을 요구하고 또 토론했다. 그는 “보기엔 순서 없이 마구 쌓여 있는 것 같지만, 수없이 쌓고 수없이 내리고 다시 또 올려서 만든 창고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겐 실패로 말미암은 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황 매니저는 BMW코리아 입사 이후 꼬박 부품물류팀에서만 일했다. 수백개 부품을 항시 보유하는 등 수입차 서비스센터 메카라 불리는 경기도 성남시의 BMW 전시·서비스 통합센터도 그의 손을 거쳤다. BMW코리아 RDC 완공 축하차 방문한 볼프강 바우먼 BMW그룹 부품물류 담당 부사장이 자꾸만 찾아와 어깨를 두드리는 황 매니저를 붙잡고 RDC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황영기 매니저와 일문일답.

공간 확장 이후 부품 보유는 얼마나 늘었나.

BMW코리아 신규 RDC의 부품보유량은 약 8만6000여종에 이른다. 이는 기존에 BMW코리아가 운영했던 경기도 이천시 RDC의 3만5000종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또 이천 RDC보다 부품을 보유 공간이 늘어 3만5000종으로 95% 넘게 채워졌던 공간이 현재 75% 수준으로 최적화 됐다. 이에 대량 부품을 효율적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중요한 것은 부품 가격이다.

13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쏟았음에도 부품 가격 변동은 없다. 독일 현지 부품 가격보다 11% 정도 비싼 수준인데 이는 해외법인과 비교해도 싸다. 일본과 중국은 독일 현지 부품 가격보다 각각 46.8%, 34.9% 비싸다. 무엇보다 새로운 RDC 구축은 부품 가격 변동보다 효율적인 부품 수급을 위한 체계 개선에 방점이 찍혀있다. 

 

BMW코리아가 경기도 안성시에 새로 구축한 부품물류센터(RDC) 외부 전경. / 사진 = BMW코리아

항공과 해상 운송에 더해 기차를 통한 육로 운송까지 부품 수급에 나섰다. 부품 수급의 용이함은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게 정상 아닌가.

독일서 러시아 그리고 중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철도 운송 첫 번째 화물이 지난달 25일 들어왔다. 본격적인 운송은 2019년이 될 전망인데, 이는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 배를 타고 들어오기보다 운송비는 더 많이 든다. 그런데도 운송 체제 다양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부품 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부품 공급 안정성은 수리 지연 해소를 위함일 텐데, 수리 지연이 부품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부품 수급이 안정적이라고 해도 수리 지연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래도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한 수리 지연만큼은 해소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난달 3일 이천 RDC 재고를 이곳 안성 RDC로 옮기면서 필요 부품을 새로 추가한 것만으로 이미 부품 공급률이 94% 수준으로 개선됐다. 100개 부품 중 96개가 있는 셈이다.

당초 부품 공급률이 94%였다, 2%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부품 공급률은 1% 올리기도 상당히 어려운 요소다. 또 1~2% 차이는 딜러사와 고객에게 상당한 차이를 불러일으키는 숫자다. 100개로 따지면 2개 차이지만 필요한 부품을 1만개로 늘려 단순 계산해도 200개 차이다. 없는 부품을 즉시 독일 BMW 본사에 요청한다고 해도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 이마저 항공 운송을 했을 경우다.

 

BMW코리아가 경기도 안성시에 새로 구축한 부품물류센터(RDC) 내부. / 사진 = BMW코리아
아·태 지역 BMW AS부품 수급의 중심지 도약도 공급 안정화의 연장인가.

단순히 이야기하면 맞다. 다만 여기에는 조금 더 복잡한 체계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 현재 BMW와 계약한 국내 28개 자동차 부품 1차 벤더는 부품 생산 이후 차량 생산용, AS부품용에 관계없이 독일로 우선 배송된다. 그리고 다시 국내로 들여온다. 국내서 생산한 부품 중 AS부품은 곧장 국내 RDC에 보관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업체가 2009년부터 2026년까지 10조원에 이르는 부품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은 맞지만, 중국은 그 규모가 더 크다. 중국 물량이 국내로 들여올 여지가 있나.

중국 생산 제품도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중국에서 독일로, 독일에서 다시 각지로 운송된다. 이 경우 국내 RDC의 크기나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중심지로 자리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일본으로 보내기도, 동남아 지역으로 보내기도 국내는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다. 경기도 안성 역시 인천공항과 평택항 모두 1시간 내 거리인 탁월한 입지다.

체계 개선이 향후 부지 확대 계획 확정의 중요 지점이 되겠다.

부지 확장 여부는 필요가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물류 중심지 구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 뒤 확장 여부를 결정할 듯하다. 일단은 부품 공급 노선을 만들고 공급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천 RDC에서 안성 RDC로 이전하는 데만 2년 이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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