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매출 의존도 과도한 내부거래 두드러져…새 정부 규제 정책 표적될 가능성
SK‧CJ‧신세계‧롯데건설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다른 건설업체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게는 매출액 대비 80% 이상을 내부거래를 통한 수익에서 얻는 건설사도 있었다. 새 정부 들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이들 건설사 경영에도 적잖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개 건설사가 특수관계인과 거래해 얻은 수익은 총 4조94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건설사가 지난해 얻은 총 매출액(13조8900억원) 대비 35.54%의 비중을 차지한다.
해당 건설사의 매출액 대비 특수관계인에게서 얻은 수익은 1년새 3.61%포인트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건설사들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액을 줄인 결과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여전히 다른 건설사 대비 높은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혜택을 받고 있다.
해당 건설사들은 모두 그룹 내 주력사업 부문 건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SK건설은 SK에너지‧SK케미칼‧SK이노베이션 등에서 공사물량을 수주한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호텔롯데‧롯데칠성음료‧롯데물산에서, CJ건설은 CJ대한통운·CJ오쇼핑·CJ제일제당 등에서 공사물량을 받는다.신세계건설은 이마트‧하남유니온스퀘어‧스타필드고양 건설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반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비중을 늘린 건설사도 있다.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의 경우 지난해 해당 비율이 각각 37.56%, 81.65%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포인트, 0.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그룹의 일감몰아주기가 강화된 결과다.
그룹물량은 건설사에게 좋은 먹거리다. 최저가 입찰제 등을 거치지 않아 높은 공사수익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소 건설사의 성장을 배려하지 않은 ‘제식구 챙기기’란 비판을 받아왔다.
해당 건설사들은 높은 그룹물량을 수주하지만 실정법을 위반하진 않았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기 위해선 총수 본인 및 친족이 발행주식 총수의 30%(비상장 회사일 경우 20%)를 보유해야 한다. 이들 건설사는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들어 이들 건설사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삼성‧현대차‧SK‧롯데 등 4대 그룹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그룹 소속 건설사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면 이들 건설사가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24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규제 대상 확대가 아닌 규제 울타리에 들어가는 업체에 대한 처벌강화에 방점을 둔 발언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실질적으로 4개 건설사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도 법 위반 사실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완화하기 위해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조치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