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에 직원 파견 없고 업무보고 우선순위에서도 밀려…국세청 개혁에 앞선 '길들이기' 분석도

국세청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우선 순위에서 제외되면서 새 정부 임기 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초 인수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를 제치고 업무보고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이전 정부에서 세무조사 남용에 동원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국세청에 대한 개혁에 착수하기에 앞서 일종의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국정기획자문위는 금융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국방부, 방송통신위원회, 고용노동부, 법무부, 방위사업청, 농림식품축산부 등 9개부처의 업부보고를 받았다. 26일까지 총 22개 부처의 업무보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공약집에서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대자산가들과 대기업 등에 과세를 강화해 조세정의를 확립하겠다고 강력히 밝힌 터라 업무보고 초반 국세청이 제외된 것에 대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25일 국정기획위에 참석한 한 여당 의원은 본지에 “청은 원래 안하기로 돼 있다. 현재는 부(部)만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과 같은 차관급 청인 중소기업청이 지난 24일 업무보고를 마쳤고 국정기획자문위에 기획재정부 세제실 간부가 파견된 것과는 달리 국세청은 단 한명의 직원조차 요구받지 못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새 정부의 의중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국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임기 초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 업무보고가 후순위로 밀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국정기획위에 단 한명의 간부가 파견되지 않은 점은 의외다. 국세청의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정기획위의 홀대가 국세청 개혁을 알리는 일종의 시그널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이전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한 부분에 민정수석실이 개입된 흔적이 있지만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고, 행동대장으로 국세청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의 칼바람이 곧 불어 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홀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국세청 개혁과 관련해선 납세자보호위원회의 독립과 외부인 청장 영입이 거론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서 국세청이 행동대장으로 의심받는 것도 세무조사 권한 때문인데 세무조사의 연장‧확대‧중지를 결정하는 납세자보호위윈회를 아예 외부로 독립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국세청을 정치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외부인 청장 영입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무보고가 후순위로 밀린 것에 대해 국세청은 서운한 내색을 애써 감추고 있는 모습이다.국세청 직원들이 이전 정부와 다른 새 정부의 홀대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세청 관계자는 “업무보고에 관해선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갑자기 추진될 것에 대비해 준비는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기획위는 다음 주중에 국세청‧관세청‧조달청‧통계청의 업무보고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세청을 포함한 4개청의 업무보고가 다음 주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이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국세청장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