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측은 임금손실·사측은 인건비 상승 걱정…지원금 제도 대대적 정비를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용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첫 업무가 주당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 작업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축소하겠다고 공약하고, 이를 위한 세부공약으로 휴일을 포함한 법정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경영자에겐 비용부담으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에겐 임금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특히 관련 예산인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는 근로시간을 주 최대 68시간(주중 40시간+연장12시간+휴일16시간)에서 52시간(주중 40시간+연장 12시간)으로 단축하는데 큰 틀에서 합의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휴일근로 ‘중복 할증’ 문제에서 가로막혔다. 휴일근로를 현행처럼 통상임금의 50%만 줄 것인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할증해 100%를 줄 것인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 시간을 축소하면, 기업들은 휴일에 근무한 것은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이므로 연장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에다 휴일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을 각각 합친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부정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고용확대, 휴일근로 중복할증 등이 인건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극심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뿌리산업 등은 고사 위기에 내몰릴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라며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들은 사람을 더 뽑고 싶어도 뽑을 수가 없어서 지금도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지금도 최저생계비 정도를 벌고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총액 감소로 이어져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중 노동시간이 50시간이 넘는데도 월 임금총액이 200만원에 못 미치는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시 임금감소가 생계에 치명적일 만큼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영계와 노동계와 모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이에 김유선 연구위원은 "비용증가분은 노사정 3자 부담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면서 "노동자들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삭감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겠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등 고통이 노동자에만 전가되는 건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 제도가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종전 근로시간을 주32시간 이하로 단축해 임금이 감소한 근로자(해당 사업주에게 고용되어 18개월 이상 계속 근무한 50세 이상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근로자는 감소한 임금의 1/2, 1인당 연간 1080만원 한도로 최대 2년간 지원받을 수 있고 사업주는 근로자 1인당 연간 360만원(30만원)2년간 지원받는다.​ 지난 3월 31일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장년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제도 활성화해서 고용기간을 연장하고,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유선 연구위원도 "근로시간 단축지원금 적용대상을 확대해 임금총액이 줄어든 저임금 노동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도의 실효성이다.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한 푼도 집행되지 못했다. 지난해엔 전체 예산 148억1800만원 가운데 단 6억원만 쓰였다. 제도 재설계 필요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50세 이상 근로자는 자녀학비, 부모부양비 등으로 지출이 많은 시기이므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가 부담스러워 근로시간 단축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제도 개선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오제세 의원은 "연례적으로 집행이 부진하므로 예산액의 약 10% 수준인 46억 8000만원으로 감액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제도개선 방안으로 "일부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들은 임금수준이 노동시간에 관계없이 같다"며​"지원금 지급 대상을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 중심으로 바꿔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주당 노동시간이 50시간 이상이고 월 임금총액이 200만원이 안되는 장시간 노동자에 대해서 임금 감소분의 2분의 1을 지급하는 등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임금총액이  매년 임금인상, 최저임금 인상과도 맞물려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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