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보다 정책적 위험 직면 가능성…재벌개혁·골목상권보호· 문화정책 등 곳곳 암초
이재현 CJ회장이 4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경영 일선 복귀를 알렸다. 그가 복귀하며 박근혜 정권에서 핍박받던 CJ가 새 정권 출범과 함께 공격적 경영행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 회장은 1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으로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온리원 컨퍼런스는 지난 1년간 높은 성과를 거둔 임직원을 시상하는 그룹 차원의 행사로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이재현 회장이 애정을 갖고 주관해 왔으나 2014년부터 열리지 못했다.
이날 이 회장은 여전히 거동이 불편한 듯 지팡이를 든 채 휠체어를 타고 있었지만 표정은 밝아 보였다. 이날 행사엔 이재현 회장을 비롯,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이사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현 회장이 강조한 두 가지는 글로벌 진출과 신사업 육성이다. 이 회장은 병석에 눕기 전까지 바이오 사업 등 CJ가 현재 잘하고 있는 문화콘텐츠 사업 외 미래성장 동력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중대한 시점에 그룹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글로벌 사업도 부진했다”며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미완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 놓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CJ가 회장 복귀와 더불어 현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희망적 분석도 내놓는다. CJ는 박근혜 정권하에서 가장 고초를 겪은 기업 중 하나다. CJ에서 만드는 영화콘텐츠가 진보적 색채를 드러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비선실세 차은택 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최순실이 CJ가 만든 영화가 좌파 성향이 많아 이미경 부회장에 대해 욕설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박근혜 정권에 눌려 조심스러웠던 CJ가 본격적으로 공격적 경영에 나설 움직임이지만 이 회장의 앞길은 이번 정권에서도 그리 장밋빛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는 정치적 리스크보다는 정권 특성을 반영한 정책적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번 정권은 기업의 투자가 아닌 민간 소비를 늘려 생활에 와 닿는 경제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재벌들과는 총수 오찬조차 안할 가능성이 높다”며 “CJ가 이번 정권과 궁합이 맞아 도움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재벌의 불공정행위를 손질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재벌 저격수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위원장에 내정하며 재벌개혁에 속도를 내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세부 경제 정책들을 보면 오히려 CJ는 가장 골치 아플만한 대기업 중 한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CJ가 하는 사업들을 보며 오히려 이번 정권에서 더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커피숍 등 CJ의 식료품 사업들은 이번 정권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 영향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는 영화배급과 상영을 겸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한데 CJ의 영화산업이 여기 해당된다. 문 대통령은 또 후보시절 노조설립 권리 및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은 무노조 경영원칙을 흔들리게 한다.
이처럼 이재현 회장은 복귀와 동시에 재벌에 엄격해진 정책 속에서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악조건 하에 놓였다. 한편 CJ는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분야 인수 합병 등에 올해 5조원을 포함해 2020년까지 모두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