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일자리 질 악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경계를…근로시간 단축 등서 노사 협력도 필수"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소방 등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와 보육·의료 등 사회서비스 34만 개, 공공부문 간접고용 인력의 직접고용 전환을 통한 30만 개 등 공공부문에서 일자리81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제시했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확산 등을 통한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까지 포함해 일자리 131만 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일자리위원회를 세우겠다고 공약한 뒤, 취임 이후 첫 번째 업무로 ‘일자리 상황 점검과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일자리위원회는 새 정부의 일자리 컨트롤타워 격으로,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상시적인 점검과 평가 ▲일자리 정책의 기획·발굴 ▲부처 간 일자리 정책 조정 ▲일자리에 관한 국민 의견 수렴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않길"
전문가들은 일자리위원회에 큰 기대감을 보이면서 방향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일자리 개수 등 단기성과에 매몰되면 정책 효과가 낮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 개수라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면서 “목표 일자리 개수를 채우느라 기형적인 정책이 나타날 수도 있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개월이나 1년 정도 기한을 두고 (성과를)점검하더라도 일자리 질을 중심으로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일자리위원회가 나아갈 방향과 관련,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하고 격차를 해소하는 쪽에 중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초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은 “지난 정부에선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를 운영해 청년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예산을 약 200억원이나 쓴 데 비해 실질적 성과가 없었다”며 “일자리위원회가 얼마나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자리 개수뿐만 아니라 일자리 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얘기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가 질 나쁜 일자리 쪽으로 흘러갈 우려도 있다”고 했다.
정 연구원은 또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창구와 의사결정구조가 만들어지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노사 협력도 필수"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정부 정책만으론 역부족이기 때문에 일자리위원회가 노사관계 조율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민간부문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도 노조가 조직돼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노사 간 협력이 필수라는 얘기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일자리위원회가 노사관계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본다”며 "그간 많이 지적됐듯 노조의 저항이 심하면 일자리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노동조합, 사용자, 정부가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내는게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정부에서는 사회적 협약시스템이 정책과 함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문제는 여느 고용정책이나 노동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고 본인이 일자리 대통령이 되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일자리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은 특정 부처만 나서서 될 일이 아니기에 일자리위원회가 국가의 일자리 컨트롤 타워로서 기능하는 것은 반길만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선 노사 간 대화가 안돼서 노동정책이 흐지부지됐다. 일자리 창출은 노사의 공감대와 협조를 어떻게 구할지가 핵심”이라면서 “공공부문에도 노조가 있기 때문에 노사 간 대화 없이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 민간부문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도 사회적 공감대와 협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