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상명하복 폐쇄적 조직문화…정치권 개입 차단 인사·제도 전방위 개혁 필요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민정수석에 비(非) 검찰출신인 조국 교수가 임명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권력기관 중 한 곳인 국세청에도 개혁의 칼바람이 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무조사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유한 국세청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인사‧제도 등을 포함한 전방위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조국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은 검찰을 포함한 경찰‧국세청‧감사원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 개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관련업계는 기소권‧수사권‧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는 검찰뿐만 아니라 세무조사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국세청에도 개혁의 칼바람이 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국세청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타 권력기관과 달리 비교적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순실과 그 측근이 이른바 말을 듣지 않는 기업을 회유‧압박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이용하려 했던 의혹이 불거졌지만 그 화살이 국세청으로 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실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보고 있다. 누군가가 국세청에 압력을 넣었어도 현 상황에서 그 실체를 밝혀내기 힘든 구조라는 뜻이다.

그 정점에는 조사4국이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산하에 있는 조사4국은 흔히 특별조사라고 불리는 비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곳이다. 1~3국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대해 4~5년에 한 번꼴로 세무조사에 나서는 것과 달리 4국은 수시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기업입장에선 국세청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얘기다.

문제는 누가 세무조사를 지시했는지 그 실체를 밝혀내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그간 수많은 대기업 조사에 4대 권력기관을 통솔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국세청이 ‘부인하면 그만’인 구조이기 때문에 의혹이 실체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바꿔 말하면 국세청이 언제든지 권력으로부터 이용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세청의 인사와 제도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인사에 있어선 국세청의 상명하복식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세무비리에 무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외부인사의 영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두 번째 외부인사 국세청장으로 발탁된 백용호 청장은 부임 즉시 본청 감사관, 납세자보호관, 전산정보관리관 등 본청 국장 핵심직위의 30%를 외부에 개방해 대국민 납세서비스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백 전 청장은 이외에도 세무조사 대상의 선정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도 분석모델 개선했고 조사권 내부견제를 위해 세무조사 관리부서와 집행부서를 분리했다.

그러나 이런 개혁의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세무대와 행정고시 출신이 고위직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내부반발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세청 내부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세청은 권력기관 중 가장 폐쇄적인 조직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경직된 조직이다. 외부인사 영입에 상당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세청이 그간 일을 잘해 왔지만 아직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인사부분이나 납세자권리보호 시스템 등은 좀 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외부위원이 많이 영입된다는 것은 과세관청으로서의 국세청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분명 필요하지만 납세자 기밀사항 등이 많아 (어느 선까지 해야 할지는) 신중할 필요는 있다. 문제는 국세청이 조세징수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세무사찰에 동원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로부터 해방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공약에서 국세청에 대한 개혁을 예고했다. 국세청산하 납세자보호위원회를 국세청으로부터 독립시켜 별도의 위원회로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세무조사의  확대 및 연기 등을 결정하는 곳이다. 조국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으로 국세청에 대한 대수술 관측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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