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8월 생산 차량 한정…부품 가격 내려 자가 수리 유도 '꼼수' 의혹
갈라진 연료 호스 틈새로 기름이 새는 현대·기아차 R-엔진 결함이 ‘불완전 리콜’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현대·기아차 25만대에 대한 강제 리콜 방침을 정했음에도 R-엔진 연료 호스 결함에 따른 리콜은 일부 차량에만 한정될 예정인 탓이다.
R-엔진은 쏘렌토·카니발·싼타페·투싼·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레저용 차량(RV) 대부분에 장착된 디젤 엔진으로 보증 수리 기간이 지난 R-엔진 장착 차량을 중심으로 연료 호스에 균열이 생기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토부는 연료 호스 균열은 차량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리콜을 결정했지만, 현대·기아차는 연료 호스 손상은 안전과 직결되지 않는다며 리콜을 진행해도 2011년 7월과 8월 제작한 R-엔진 장착 차량에 대해서만 리콜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주장과 달리 2011년 7월 이전 생산된 차량에서 연료 호스 균열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2010년 6월 현대차 싼타페 차량을 구입한 박아무개씨(44)는 “벌써 1년 전 연료 호스를 교체했다”면서 “주변에도 연료 호스 균열로 교체를 받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기아차 스포티지를 모는 최아무개씨(32)는 “동호회 게시판에 연료 호스 자가 교체 방법과 관련한 게시물만도 수십 건에 달한다”면서 “보고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지만, 부품 구매에만 3만8000원을 들여야 했다”고 토로했다.
연료 호스는 한번 차량을 사면 정기적으로 점검, 교체할 필요가 없는 대표적인 보안제품 중 하나다. 기름이 흐르는 통로에 생긴 균열은 곧장 누유로 이어져 차량 화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BMW코리아는 BMW 차량 화재에 대해 연료 호스 결함을 인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R-엔진 연료 호스 결함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묶음 형식으로 구성해 4만원 상당에 팔았던 연료 호스를 최근 4000원이면 살 수 있게 했다”면서 “구매 증가에 따른 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가 수리를 통해 연료 호스를 교체했을 경우 리콜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금액을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현대·기아차는 리콜 사실 공개 전 1년 이내 결함 시정(유상 수리) 소유자에 대해 차량정비명세서와 유상수리 영수증을 제출토록 하고 있어서다.
서울시 중구에서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는 서아무개씨(44)는 “R-엔진 연료 호스 교체는 호스를 고정하는 장치만 뺐다 다시 꽂으면 되는 쉬운 작업이라 주변에서 문의가 오면 직접 구매해서 교체할 것을 추천하곤 했었다”며 “보상 가능성을 막은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게다가 현대모비스가 연료 호스 구매 장벽을 4000원대로 낮추고 나서면서 자가 정비에 나선 소비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가 리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