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후보 제외 4명 후보가 "과세 미루겠다"…내년으로 2년 미뤄진 시행 무산 위기
유력 대선주자들이 공약이행에 따른 재원확보 방안으로 공평과세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예정된 종교인 과세를 제외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국회가 진통 끝에 ‘2년 유예’(2018년 시행)를 조건으로 종교인 과세가 포함된 소득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또다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26일 정치권과 종교계에 따르면 유력 대선후보 대부분이 종교인 과세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최근 문재인·안철수·유승민·홍준표·심상정 등 대선후보 5인에게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심상정 후보를 제외한 문재인·안철수·유승민·홍준표 후보가 '과세를 미루겠다'는 취지로 답변을 해왔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답변서를 보내지 않았다.
종교인 과세는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부과 원칙에 성역은 없다는 국민적 공감에 따라 지난 2013년 처음 국회에 관련법안이 제출됐고, 2015년 12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마저도 20대 총선이 코앞에 있는 상황이어서 정치권은 과세시기를 2년 뒤로 미뤘다. 사실상 공을 다음 정부에 미룬 것이다.
당초 2018년 시행이 유력했지만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유력 대선 후보들이 공평과세 실현을 위한 공약에서 종교인 과세만 쏙 빼놨다는 것이다. 그간 시민단체와 학계는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종교인 과세 외에도 주식양도소득 차익과세, 소액 임대소득 과세 등을 주장해 왔다. 정치권에 따르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모두 주식양도소득 차익과세와 소액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찬성하고 있다. 더욱이 두 후보는 대기업 법인세 비과세·감면을 줄여 실효세율을 높여야한다는 데도 의견이 같이하고 있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포함되는 과세대상자를 8만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교인 과세로 인한 세수 효과를 최소 1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까지 예상한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센터 간사는 “선거국면에서 대선후보들이 증세와 관련된 논의자체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공평과세 차원에서 종교인들에게 과세해야 한다는 것에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선후보들이 입장을 공식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위해 소득세법 시행령에 종교인 비과세 소득의 범위, 소득 수준에 따른 필요경비 산정방법, 퇴직금 분류기준 등을 명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종교인 소득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의 '종교인 소득(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으로 분류된다.
필요경비는 소득 수준에 따라 2000만원 이하는 소득의 80%, 2000만~4000만원은 1600만원+2,000만원 초과분의 50%, 4000만~6000만원은 2600만원+4,000만원 초과분의 30%, 6000만원 초과는 3200만원+6000만원 초과분의 20%를 각각 인정한다. 종교인 과세를 선택하면 저소득 근소세 대상자에게 지급하는 근로장려금(EITC)은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