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왓슨 국내 대형병원에 도입…"의료 전분야보다 특정 작업서 대체하는 수준 될 것"
의료분야에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은 4차산업혁명을 위한 필수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미국, 유럽에서는 의료 인공지능 집중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어 국내 병원에서도 수술이나 진료 등 다양한 의료 작업에서 신기술 도입 속도를 올리는 추세다.
IBM, 애플, 인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도 앞다퉈 바이오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바이오 인공지능 기업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도 올해 2017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연구기관과 제약업계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교토대와 아스텔라스, 에자이 등 제약업체 20개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3000여만개 화합물 중 질병 관련 단백질에 결합하는 화학물을 찾아낸다. 인공지능에게 이 단백질 화합물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딥러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이하 왓슨) 또한 주목받고 있다. 왓슨은 환자 정보와 암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익혀 의사에게 적합한 약이나 치료법을 추천한다. 글로벌 IT업체 IBM이 미국 메모리얼슬론케터링(MSK) 암센터,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등과 협업해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가천대길병원,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카톨릭대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5개 대형병원에 도입됐다. 왓슨은 주로 암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왓슨을 도입한 병원은 인공지능 신기술을 내세워 환자를 유치하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에 대한 신뢰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 데이터가 기반이고, 아직까지 정확도도 높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이에 한국형 인공지능들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자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기존 영상 소프트웨어에 딥러닝 개념을 더한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달 말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셀바스AI 등 IT 기업들과 손잡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질환예측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아토피 질환 예측 시스템, 센서 기반 척추 질환 진단 시스템, 환자 수면 평가 및 예측 시스템, 성인병 및 당뇨병 발생 예측 서비스 등을 질환 폭도 넓다.
의료 인공지능을 위한 국내 벤처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의료테이터를 가공하는 벤처기업 뷰노코리아, 인공지능 치과질환 판독 시스템을 개발한 오픈비즈니스솔류션코리아들이 대표적이다. 영상 진단 인공지능 업체 루닛은 의료영상 판독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DIB를 개발하기도 했다. DIB는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의료 인공지능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의료 인프라가 뛰어나고, 국가나 병원에서 가진 헬스케어 데이터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IT 발전 속도 또한 빨라 기술력도 뒷받침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법과 윤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환자 질환정보 보호문제, 인공지능 오작동 등 의료사고 책임 문제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의료 업계 전문가는 의료 인공지능 기술은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그것에 따르는 법적, 윤리적 생태계가 아직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의료기기에 대한 비용과 보험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국내에 도입 중인 왓슨은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따라서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의료비 보험도 받지 못한다. 왓슨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는 비싼 의료비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제1차 보건산업 제도개선위원회에서 확정한 의료기기산업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로봇, 인공지능, IT, 3D 프린팅 등 미래 유망기술에 대해 별도 평가체계를 마련하게 된다. 또 신기술이 적용된 의료행위에 임상 효과, 비용 효과 등 개선점이 있으면 가격을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인공지능이 의료에서 한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동경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교수는 "인공지능이 의료계에서 범용적으로 사용되려면 아직도 정복해야 할 질환들이 너무 많다. 의사들은 인공지능과 어떻게 협업해야 할지 준비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은 일종의 의료 보조수단으로, 직종 전체를 대체한다기보다는 특정 작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