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까지 경기 좋을 듯…중국 경쟁력 확보 가능성은 변수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반도체의 봄이 시장 예상보다 더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급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호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여부는 중국의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는 요즘 어느 업종보다도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 9조9000억 원으로 역대 두 번째 좋은 실적을 거둬들였는데 이 중 6조원 이상이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 역시 2조 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들은 불과 석 달 만에 종전 분석을 뛰어넘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올해 반도체 시장이 7.2%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던 가트너는 최근 12.3%로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트 역시 기존 5%에서 I11%로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수정해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작년까지 하락세를 유지하던 D램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섬과 동시에 벌어진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반도체 호황기는 적어도 내년까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통 반도체 업황은 공급량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데 공급량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고 있고 서버용 수요는 오히려 더욱 늘어나고 있어 호황이 짧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로 가까운 시일 내 예상치 못한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반도체 호황기가 2018년에서 2019년 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내년도 공급량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인데 반도체의 봄이 언제까지 갈지를 결정할 주요 변수는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황이 얼마나 더 길게 이어질지는 내년도 시장 상황을 봐야하는데 특히 중국의 변화와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반도체 집중 육성 전략)’는 현재까진 기술 장벽에 가로막혀 맥을 못 추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해 설계부터 공정까지 어느 것을 콕 집을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해 양산자체가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종사자 역시 “현재 국내 반도체 공정기술은 수 천 명을 동원해 엄청난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 낸 것”이라며 “모든 기술이 부족하지만 특히 이 공정기술은 중국의 강점인 대규모 투자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기술 장벽을 뚫고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 공급과잉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데 반도체 업계에선 이런 상황이 곧 침체기다. 과거 LCD시장 역시 중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대량으로 생산해 내면서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경험이 있다. 이후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패널 업계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으로 저만치 달아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향후 2년은 호황기가 이어지겠지만 중국이 문제”라며 “아직 기술격차가 크지만 국내 박사급 전문가들을 많이 영입해 간다면 중국도 짧은 기간 내 위협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게 될 수 있어 방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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