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지속업무에 정규직 고용 법제화"…특수고용자 공약 부족 지적도
양극화, 저성장, 불평등이 만나는 지점에는 비정규직 문제가 자리한다. 지난 1월 정규직(434만원)과 비정규직 근로자(157만원)간 급여 편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데다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비정규직 비중은 한시적 근로자 364만명과 시간제 224만명, 파견·용역 87만명 등 전체 근로자의 32.5%였다. 여기에 정규직으로 분류된 사내하청 근로자 93만명과 자영업자로 분류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포함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42.5%로 늘어난다.
이에 대선후보들의 비정규직 공약은 전체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기 위한 ‘노동시장 정책’에 초점 맞춰져 있다. 예컨대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심상정(정의당), 유승민(바른정당) 후보가 상시적, 지속적 업무에 대해 정규직을 고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에 대해서는 5년 전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전반적으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4일 발표한 10대 공약에는 비정규직을 줄이는 기업에 법인세 등 조세감면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비정규직을 줄일 방법 등 구체적인 공약은 없었다.
◇노사관계정책에서 노동시장 정책으로 전환…특고노동자 고려 부족
5년 전 대선 공약과 비교하면, 현재 비정규직 공약은 노사관계정책보다는 노동시장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모양새다. 노사관계 정책은 개별적 근로관계(근로기준법)와 집단적 근로관계(노조조직률, 단체협약, 특수고용자에 대한 노동3권 등)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도 특수고용노동자는노동법의 사각지대라고 불린다. 이들의 법적인 신분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자영업자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4대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
대선 후보 가운데 심상정 후보가 유일하게 특고노동자 공약을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4대 보험 적용 ▲노동3권 보장 ▲무자본소유자의 편법적 사업자등록 금지 등 특수고용 제한을 내걸었다. 이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수고용자에 대한 공약이 부족하다"며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 수도 없기 때문에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시장 정책은 고용안정성을 고려하는 정책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줄일 방안과 관련된다. 대부분 대선주자들의 비정규직 공약도 노사관계보다는 노동시장 정책에 집중돼있다. 예컨대 ▲상시적, 지속적인 업무 정규직 고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간접고용 규제 ▲비정규직 총량제, 직무형 정규직 등이 이에 속한다.
◇상시, 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 법제화 "진일보"…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약은 구체성 떨어져
다섯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가장 많이 겹치는 공약은 상시, 지속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심상정, 유승민 후보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선 정규직 고용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상시업무에 대해 비정규직 채용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시, 지속적 업무에 정규직을 고용한다는 기준이 나온지도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대선주자들이 이를 공약으로 밝힌 것은 5년 전 대선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약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지금도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상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법제화돼있으나 현실에서 작동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먼저 문재인 후보는 동일기업 내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강제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해 업종별 임금산정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비정규직의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적정임금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차별시정의 비교대상에서 동일노동의 범주를 폭 넓게 해석하고, 차별이 확인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하며, ‘징벌적 배상’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각 대선 후보들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약은 선언적 구호에 머물 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