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전환 주식 손실 가능성에 따른 충당금 적립 필요…위험노출액은 농협은행이 최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첫 번째 사채권자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은행권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은행권은 대우조선 P플랜에 따른 손실액 확대 걱정은 줄게 됐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을 전격 수용한 만큼 사채 권자집회에서도 해당안이 통과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출자전환될 주식이 90% 이상 감액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이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을 할 경우에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오는 19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20일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21일에는 하나금융지주가 다음주 중에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4대 은행권 1분기 순익은 2조16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실적에 대우조선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연금공단이 채무재조정 안에 찬성하면서 시중은행들은 한고비를 넘겼다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을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18일까지 열리는 사채 권자집회에서 해당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은행권은 대우조선 출자전환 주식 손실에 대비해 최대한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있다. 채무재조정안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7000억원 중 80%를 출자전환한다. 나머지 20%를 만기연장하게 된다.

만기연장되는 20% 여신은 요주의 분류로 19%까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나머지 80% 출자전환 주식은 2분기 결산 때 회계법인으로부터 공정가치를 평가받고 손실분이 실적에 반영된다.

문제는 지난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여신 1조6000억원 규모를 출자전환하면서 지분 보유 가치가 1원으로 평가돼 결국 연말에 모두 손실 처리했다는 점이다.

이에 출자전환 주식이 손실로 처리될 것에 대비해 은행권이 1분기에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을 선반영하면서 1분기 실적이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출자전환만으로 은행권에서 6000억원이 넘는 충당금 적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집계 결과 지난달 기준 KB국민·KEB하나·농협·신한·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모두 2조6592억원이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이 8884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하나은행 7144억원, 국민은행 5129억원 순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098억원, 2337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앞서 은행권은 지난해 대우조선의 여신 등급을 요주의로 분류해 대출자산의 7~19%를 충당금으로 쌓았다.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따라 대출에 대한 자산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시중은행 적립률은 10~15% 수준이다. 우리은행만 충당금 적립률이 60% 이상을 기록했다.

한편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면 시중은행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충당금은 두 배 이상 많아진다. 대우조선 P플랜에 따른 은행권 추가 적립금이 1분기에 발생하거나 2분기에 반영될 경우 상반기에 대규모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1분기 실적을 떨어뜨릴 요인으로는 대우조선 익스포저에 대한 손실처리 여부에 달렸다" "출자전환분에 대해 90% 이상 손실처리가 예상된다. 가계대출에 대한 감독당국의 규제가 강화까지 겹치면서 대출 성장도 약화됐다. 실적 증가세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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