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 여전히 불가항력 주장
"삼성이 정유라씨 승마훈련을 지원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 태도가 돌변했다."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법정에서 밝힌 증언이다. 박근혜 대통령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정유라를 지원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가성 뇌물 공여라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오전에는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진술조서가 공개됐고 오후에는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등의 진술이 공개됐다.
장충기 전 차장은 조서에서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청와대에서 단 둘이 만나 많이 질책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독대시간 30분 가운데 절반인 15분 동안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맡고 한 일이 없다. 전혀 지원이 없다며 매서운 질책을 받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2015년 8월 삼성은 발 빠르게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독일 승마훈련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장 전 차장 진술에 따르면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 이후 이재용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행사에서 만났을 때 박 전 대통령이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순방 때 이례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대통령과 함께 헤드 테이블에 앉았다. 장충기 전 차장은 이것이 삼성의 정유라씨 승마지원에 따른 답례라고 표현했다.
장 전 차장은 정유라씨 승마지원과 관련해 “순수 승마종목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면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그렇게 질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유라씨를 지원한 후 박 전 대통령 태도가 많이 바뀐 것을 보면 순수한 의도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서 장 전 차장은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독대 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 전 차장을 불렀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직접 건넨 봉투를 이들에게 건넸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대한 예산안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것을 열어보지도 않고 이들에게 일을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박영수 특검팀은 “전 대통령이 직접 준 봉투도 열어보지 않을 정도라면 이 부회장이 전 대통령에게 별로 위축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이라고 말했다.
앞서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공개된 진술 조서에서 독일 승마훈련 지원이 오롯이 정유라씨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명목상 여러 선수를 지원하는 것처럼 계획했지만 선수 선발 과정은 전혀 없었으며 모든 것이 최순실씨 요구대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코치는 정유라씨 전담 코치 1명뿐이었고 트레이너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말 관리사 4명있었지만 정유라씨의 사실혼 남편 등 지인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전무에 따르면 정유라 남편 신주평씨는 11마리 개와 4마리 고양이를 관리했을 뿐 말 관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최순실씨가 사위 용돈 벌이를 시키려고 말 관리사로 채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모든 것이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 요구를 거절하면 회사에 세무조사나 규제, 인허가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낮은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취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정유라씨 지원에 대해 “원래는 6명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여러 문제로 다른 선수를 선발하지 못하면서 모든 지원금이 정유라씨에게 쏠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최순실씨 딸을 지원하기 위해 접근한 것이 아니라 질책 등의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변론했다.
최순실씨가 독일에서 운영한 코어스포츠와 실체 없는 허위 용역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각 회사의 핵심 인력들이 다 참석해서 맺은 정식 계약식”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