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에 이어 국내 병원들도 연구개발… '장기적으로 생태계 구축해야'
의료업계에도 4차산업혁명 기술들이 도입되는 가운데, 마이크로 나노로봇과 3D프린팅이 유망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기술들을 연구하고 인허가와 규제 문제를 사전에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인구 증가와 의료시장 성장에 따라 신기술 도입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국내외 의료업계에서도 환자의 유전자 정보와 생활에 따른 맞춤형 정밀 의료 개발에 속도를 낸다.
특히 의료 부분에서 사용되는 마이크로나노로봇은 약물, 세포 등을 올려 사람의 몸에 들어가게 할 수 있어 각광받는 기술이다. 표적지향형 치료법을 사용해 진단과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국내에는 대장내시경 로봇, 캡슐내시경, 혈관마이크로로봇, 박테리아 나노로봇 등이 이 분야에서 활용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기존 수술로봇이 접근하지 못했던 신경, 뇌, 척추 등 미세 부위를 수술하는 로봇을, 전남대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는 마이크로 나노 크기의 진단, 치료용 초소형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마이크로나노로봇을 주목한다. 미국, 유럽 등 의료 강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국방로봇과 수술로봇, 인공지능로봇에, 유럽연합은 헬스케어로봇, 산업용 로봇에 두각을 나타낸다.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는 외부에서 자석으로 작동하는 마이크로미터 크기 로봇 바이롭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김경훈 로봇PD는 11일 열린 마이크로의료로봇산업 포럼에서 “올해 국내 연구개발(R&D) 예산의 1/4은 의료로봇 분야다. 앞으로 원천 기술 기반 상용화와 산학연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3D프린팅 기술은 생체분야에서 의료 모습을 시각화 할 수 있는 기술로, 치아, 혈관, 관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지금은 서울아산병원이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환자의 CT 사진을 3D프린팅으로 제작한 신체장기모형을 만든다.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미 외과수술 영역에서는 3D프린팅 도입이 활발하다. 수술용 사전영상뿐만 아니라 의족, 의수 등의 보조기구, 재활의학 의료기기, 치과 의료기기에도 활용이 가능한 덕분이다.
박석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D프린팅 기술은 최근 10~20년간 생체의료 헬스케어 분야와 연계된 미래형 융복합 산업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최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맞춤형 의료기기 및 각종 지지체의 안전성, 성능시험에 대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식형 의료기기, 인체모형, 소프트웨어 등 의료현장에서의 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업계에서는 이 기술들을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4차산업혁명에 맞는 기술을 무조건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성과 의료 적용 상황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의료기술들에 대한 기준이 높은 가운데, 인허가나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원격 의료 문제에서도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지 않나. 지금도 아산병원은 자체개발비용으로 3D프린팅 등 의료 기술을 연구하고 만들어내고 있다”며 “의료보험, 기술이전, 상용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앞으로도 의료계에는 새로운 기술들이 끊임없이 도입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사전에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