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공공부문부터 운영…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대신 월~목요일 30분씩 업무시간이 연장되는 이른바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제도가 이번주부터 정부 4개 부처에서 시행된다. 이는 일종의 유연근무제로 형식적으로는 근로시간 단축효과가 없지만, 야근이 잦은 부처의 경우 사실상의 근로시간 단축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간에서는 오후 4시 퇴근제도를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도 업무효율성 제고, 30분 조기퇴근 등 창의적인 대안도 나오고 있다.

4시 퇴근제도는 소비·민생 개선 대책의 일환이다. 앞서 일본이 2월24일부터 시행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본뜬 것으로 공식 명칭은 ‘그룹별 집단유연근무제’다. 정부는 부처별 특성을 감안해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인사처는 매주 금요일마다 그룹별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날’로 지정, 오는 1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 약300명(본부 정원 기준)을 A·B·C·D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별로 약70명씩 매주 금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법제처는 이르면 21일, 문화체육관광부·중소기업청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로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인 26일에 이를 시행한다. 기재부도 28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 3호선 고속터미널역 하행선 플랫폼이 퇴근길에 오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 사진=뉴스1

일부 대기업 중에는 이미 조기퇴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현대차 계열사는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로 지정하고 퇴근시간을 평소보다 30분 이른 오후 5시 30분으로 당겼다.

이 회사 직원 최현호씨는 “30분만 일찍 끝나더라도 퇴근 피크타임의 교통혼잡을 피할 수가 있다”며 “양재 사무실에서 목동 집까지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평소에는 집에 도착하면 8시지만 패밀리 데이에는 7시면 집에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분만 일찍 끝내도 한 시간 더 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회사 내에선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규모가 큰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경우 조기 퇴근제 도입에 열려있는 편이다. 그러나 정작 야근이 많은 중소 사업장의 경우 직원이 부족한 탓에 조기 퇴근제 도입이 어려울거란 관측이 나온다. 설령 도입되더라도 월~목요일 추가적인 야근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공공부문의 금요일 4시 퇴근이 민간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민간에선 조기 퇴근제를 도입하기 위한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다. 먼저 최현호씨의 경우처럼 30분 조기 퇴근만으로도 사실상 한 시간 조기 퇴근 효과가 있음을 고려하면 두 시간보다 짧게라도 업무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입자동차 중개업체에서 일하는 박군호씨는 “4시 퇴근은 불가능하다. 이는 공무원만을 위한 정책이고 특권”이라면서도 “정 안되면 직원을 채용해야겠지만 근무시간에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가족들과 소풍이나 캠핑을 가는 사람이 많아 조기 퇴근제가 도입되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부문이 일사불란하게 금요일 네 시 퇴근 제도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민간에서 곧바로 시행되기 어렵다고 해서 공공부문도 도입해선 안 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공공부문에서 시작하면 민간에도 확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야근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정시 출퇴근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우선적으로 칼퇴근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