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 둔화 탓…단기성 자금은 상여금 지급 영향으로 증가
올해 2월 시중 통화량 증가율이 2년10개월만에 가장 낮은 모습을 보였다. 업황 악화로 인해 기업 신용이 둔화된데다 지난해 통화량 증가율이 높았던데 따른 착시 효과가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단기성 자금은 1월 기업들의 상여금 지급 영향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17년 2월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원계열·평잔 기준 시중통화량(M2·광의통화)은 2420조28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 증가했다. 전년동기대비 M2 증가율이 5%대로 떨어진 것은 2014년 4월 5.5% 증가 이후 처음이다.
M2는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뜻한다. M2는 일정 부분의 이자를 포기하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으로 구성돼 있다. M2는 주로 국내에 돈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보여주는 통화 지표로 사용된다.
신성욱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과장은 “전년동기 대비 M2 증가율은 2015년 9월 9.4%을 기록한 이후 장기적인 둔화 추세에 있다”며 “지난 2월에는 업황악화로 인해 기업 대출이 둔화되는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민간 신용이 영향을 받았다. 더불어 지난해 2월 통화 증가 폭이 컸던 것에 따른 영향도 어느정도 있어 2월 통화량 증가율이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M2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8.3%였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기업의 보유 통화량이 감소했다. 계절조정 기준 기업의 2월 M2 보유액은 626조3421억원으로 전월 632조80억원에서 0.9% 감소했다. 반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올해 1월 1279조3625억원에서 2월 1292조6588억원으로 1%가량 증가했다.
금융상품별로는 단기성 자금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2월 요구불예금은 전월과 비교해 1조7000억원이 증가했고 머니마켓펀드(MMF)도 2조3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2년미만 정기예적금도 4조9000억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는 1월말 설 명절 명목으로 기업이 지불한 상여금이 2월 단기성 자금 상품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월 현금성통화(M1·협의통화)는 원계열·평잔 기준으로 776조362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7% 증가한 금액이다. 금융기관 유동성을 나타내는 Lf는 원계열·평잔 기준으로 2월 3364조3158억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4% 증가했다. 국채와 회사채 등을 포함하는 광의 유동성 개념인 L은 원계열·말잔 기준으로 2월 4285조8353억원을 나타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2% 증가했다.